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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지소미아 파기에 뿔난 미국··· 한미동맹에도 균열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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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부가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데 따라 협정을 중재한 미국과 관계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측은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발표와 동시에 동북아 안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중심의 한 동북아 안보진영이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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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자리로 찾아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동맹에 위협” 지소미아 파기 반대해 온 美

지소미아는 2016년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정보, 병력이동, 사회동향 등을 3국이 협력해 파악하기 위해 미국의 중재 하에 체결됐다. 지소미아는 광복 이래 한·일 간 맺은 첫 번째 군사협정이라는 것에 의미가 컸다. 지소미아 이전에는 한·미·일 정보공유협정(TISA)을 통해 미국을 중간단계로 한·일 간 북핵 동향을 파악했으나 지소미아는 이런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다. 지소미아 체결 후 양국은 2016년 1건, 2017년 19건, 지난해 2건, 지난 8월 2일 기준 7건으로 총 29건의 군사 정보교류를 했다.

미국은 한·일 경제 갈등에 따라 지소미아 파기가 거론되자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한·미·일 3국은 북한, 중국 등을 견제할 주요 군사적 협력 틀로 지소미아 파기로 자칫 3국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소미아 파기가 거론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잘 지내기 시작하길 바란다. 알다시피 그들은 동맹국이어야 하고, 이는 우리를 매우 어려운 입장으로 만든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달 초 미 국무부도 우리 측 외교부에 고위 인사를 보내 지소미아 파기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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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청와대에서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 종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청와대 “3국 안보협력 와해된 것 아냐”…美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하면서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이 와해된 건 아니다”라며 미국의 우려를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종료돼도 한미연합 자산을 통해 한반도 주변 안보는 면밀한 대비·감시가 가능하고 필요시 한·미·일 정보공유협정을 통해 일본과도 협력은 진행된다”며 “지소미아 종료와 별개로 북핵 문제를 포함한 역내 평화·안정을 위한 한·미 협력과 동맹 기반은 추호도 흔들림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국과 합의에 대해서도 “발표 전 미 측과 소통했고 발표와 동시에 우리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측은 지소미아 파기와 동시에 심각한 우려를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고 실망했다”며 “양국이 관계를 옳은 방향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 국무부도 논평을 내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동북아시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입장을 밝혀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미 언론들도 앞다퉈 한국의 결정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한국의 결정은 한일 간 긴장이 극적으로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이자 이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증거”라고 우려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가)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를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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