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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지소미아 파기 후폭풍…美 "문재인 정부에 실망" 日 "국가간 약속 지켜라"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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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미국 정부 강한 우려 표명 / 韓美日 안보협력 체제 유지해야 할 미국의 입장 감안한다면 이는 예견된 반응 / 지소미아 자체가 갖는 상징적 의미 적지 않아…美, 자국이 견지하는 군사전략 있기 때문 / 지소미아 종료 결정 우리 정부로선 불가피한 선택…유지에 따른 국익 침해가 더 크다고 판단 내린 듯 / 외교안보 당국, 불안감 확산하지 않도록 면밀리 관리하며 연합방위태세 허점 없도록 점검해야 / 정부, 복잡한 안보환경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해야하는 과제 떠안아 / 한일갈등, 안보불안 해소 위한 외교력 필요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견실히 유지해야 할 미국의 입장이 있기에 어찌보면 이는 이미 예견된 반응이다.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나라와 민감한 정보를 나눌 수 없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별도로 미국은 자국이 견지하는 군사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파기가 3국 안보협력에 미칠 파장의 정도는 차치하더라도 협정 자체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은 것도 미국 측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신뢰 문제를 들어 경제보복을 가한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할 상황이 아닌 데다, 일본이 지속적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거부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협정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이를 유지함으로써 우리 국익이 침해되는 정도가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소미아를 대체할 시스템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양국은 이미 2014년 발효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에 따라 미국을 통한 간접 공유 방식이긴 하지만 정보를 나눠왔다.

일부 안보 불안감은 생길 수 있지만 당장 3국 안보협력 체제에 큰 타격을 주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외교안보 당국은 불안감이 확산하지 않도록 상황을 면밀히 관리하며 정보 공백 등 연합방위태세에 허점이 없도록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일본 외교당국은 지역의 안전보장 환경을 완전히 오판한 대응이라며 극히 유감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들도 '어리석은 오판' '최악의 선택'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강력 반발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미국과 확실히 연대하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협력이 없다면 미국과 더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격적인 지소미아 파기로 우리 정부는 복잡한 안보환경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또 다른 과제를 안았다며 한일갈등과 안보불안 해소 등에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외교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계일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자리로 찾아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3일 오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일본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

통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외교 문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양측은 한일관계와 관련한 제반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당국간 대화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나가미네 대사는 청사에 드나들면서 '일본의 입장'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시한은 24일로, 정부는 전날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고 종결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지소미아 종료, 한미동맹 균열 우려…靑 "양국 동맹 더 강화할 수 있을 것"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양국 동맹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놔 주목된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둘러싸고 한일 갈등 심화는 물론 한미일 동맹에 미칠 악영향 우려하는 미국의 불만이 표출됐으나 오히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안보 역량을 끌어올림으로써 한미동맹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이번 종료결정을 둘러싸고 한미동맹에 '균열'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관측을 반박한 것이다.

이번 종료결정에 대한 미국 워싱턴의 반응은 매우 싸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미국 국방부는 이날(현지시간)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같은 날 캐나다와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실망스럽다"고 언급했다.

미 국무부도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에 이 (종료) 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분명히 해왔다"고 수위가 높은 톤으로 지적했다.

세계일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도 일단 미국 측의 이 같은 반응을 수긍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23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미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희망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미국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온 미국의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런 반응으로, 동맹의 틀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특히 한미 간에는 다양한 수준의 소통이 여전히 빈틈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앞두고) 미 백악관과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소통했고 여러 차원에서 늘 대화가 이뤄진다"면서 "오늘도 그런 대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는 미국과 긴밀한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일본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 측이 '역할'을 해줄 것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종 "희망하는 결과 나오지 않아 미국이 실망하는 건 당연"

청와대의 이런 구상은 당장은 불만을 표시했다 하더라도 미국으로서는 역내 질서유지 차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시할 수 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한일관계 정상화를 바라고 있는 만큼 미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할 여지를 두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우리는 이미 (한일 간에) 관여하고 있고 공개적으로 하지 않을 뿐"이라면서 '대화를 계속 촉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청와대는 그와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안보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한미 동맹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극대화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차장은 "앞으로 국방예산 증액, 군 정찰위성 등 전략자산을 확충해 안보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국방력을 강화하면 우리에 대한 동맹국의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에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안보와 관련한 높은 수준의 한미 공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가 종료돼도 한미일 3국간 협력이 와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우리의 정보 자산과 한미연합 자산으로 철저한 대비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미국 언론 "韓美日 동맹 균열 승자는 '북한' '중국'"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항해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하는 등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에 대해 미국 언론은 한미일 동맹 균열의 승자는 북한과 중국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CNN은 23일 '악화하는 한일 싸움에서 북한과 중국이 커다란 승자(huge winners)'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전하면서 한일 균열이 북한에 대응한 안보 협력을 악화시키고, 잠재적으로 중국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오랜 동맹들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관심이 미국의 적들에게 이런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또 다른 사례라고 말한다고 CNN은 전했다.

이 방송은 "중국과 북한은 오랫동안 한미일 삼각 동맹을 훼손하고 동북아에서 미군의 주둔을 줄이려고 노력해왔다"며 "삼각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는 일본의 식민지배로 인해 서로 불신이 깊은 한일 관계"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중재하는 전통적인 역할을 무시했다고 비판해왔다"고 꼬집었다.

세계일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FP연합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CNN에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든 정보의 이동에 있어 훨씬 덜 효율적"이라고 우려했다.

역내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더 대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이 방송은 분석했다.

중국은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섬(센카쿠)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주한미군에 배치된 탄도탄 요격미사일인 사드(THAAD)를 놓고 한국에 압력을 가해왔다.

CNN은 역사적 반감에도 한일 군사 관계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에 미국이 전통적으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역할을 피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22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지소미아 갈등과 관련해 CNN과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NYT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급속히 확대된 무역전쟁이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 협정을 포기하는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과 이에 대응한 일본의 무역 보복, 그리고 한국의 지소미아 포기 등 일련의 갈등을 언급하면서 "이 모든 것이 양국의 경제와 안보에 명백하게 해를 끼치고 있다"며 "미국은 오래 전에 개입해 싸움을 말렸어야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중국과 북한을 제외하면 모두가 지는 싸움"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가장 가까운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소미아 종료 이슈…與 "경제보복에 따른 당연한 수순" vs 野 "국익 외면한 결정"

한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전면전에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따른 공방이 더해져 대치 정국이 심화하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며 정부 결정을 반겼으나, 보수 성향 야당은 '조국 구하기'를 위해 국익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여기에 민주당의 '조국 사수'와 자유한국당의 '조국 낙마'가 정면충돌하며 좀처럼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의혹 소명을 위한 '27일 국민 청문회' 추진을 본격화했고, 한국당은 충분한 의혹 검증을 위한 '3일간 청문회'를 주장하며 맞섰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면서 "국민 청문회가 열리면 지금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에 답하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가족펀드' 의혹이 나온 사모펀드를 사회에 기부하고 가족이 운영한 학교법인 웅동학원을 국가나 공익재단에 넘기겠다고 한 것을 두고도 여야는 대립했다.

세계일보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23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판매되는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려 있다. 도쿄=연합뉴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하심(下心)의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조국 후보자의 진심을 믿는다"고 강조한 반면,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자신의 온갖 비리 불법 의혹을 기부라는 포장지로 감춰보겠다는 조 후보자는 위선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사회 환원 쇼로 국민들에게는 검찰 수사와 법의 심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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