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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몇시간 만에 불만 수위 높인 美 국방부… “강한 우려와 실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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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2일(현지시간)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놓고 불만을 나타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미 고위당국자들이 최근 잇따라 방한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지소미아 유지’를 설파했지만 결국 체면만 구긴셈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몇시간만에 ‘불만 수위’를 끌어올린 입장을 잇따라 내놓았다. 오전에는 데이브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한·일 양국이 이견 해소를 위해 협력하길 권장한다. 양국이 이를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오후에는 “‘강한 우려와 실망감’(strong concern and disappointment)을 표명한다. 한·일과 가능한 분야에서 양자·3자의 국방·안보협력 추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수정했다.

이어 캐나다를 방문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우리는 한국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언급했고, 국무부가 논평에서 강한 우려와 실망을 또다시 표명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쐐기를 박았다.

세계일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얘기하고 있다. 오타와 AFP=연합뉴스


미국의 입장 변화는 이번 결정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행정부 부처들이 일치된 반응에 시간이 걸린 것이라는 단순 분석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사전에 충분히 교감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는 얘기인데, 미 정부 소식통이 ‘이번 결정을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 설명에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적어도 폼페이오 장관 이상의 고위급이 ‘강한 반응’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한·미 동맹 약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본 측의 ‘물밑 요청’이 있었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미 조야에선 이번 결정이 한·미·일의 안보 공조체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한·미 동맹 약화로 이어지면 북한과 중국·러시아만 미소짓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빈센트 브룩스 전 미한연합사령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 “이번 결정으로 70년간 역내 번영과 안정을 이끈 한·미·일 공조 체제가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며 “향후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의 해체를 더 적극 공략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고 평가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3각 공조 체제에서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것”이라며 “미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종료를 발표한 데 대해 워싱턴의 고위 당국자들이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북한과 중국에 큰 선물을 줬다고 의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 조정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결정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오로지 북한뿐”이라며 “미국은 양국(한·일)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미국이 이끄는 동북아 안보구조에 대한 커다란 손실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 고의적으로 면박을 주기 위한 결정으로 여겨질 것이고 한·미 동맹 관리도 매우 복잡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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