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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사설] 美, 지소미아 종료에 노골적 반발… 한·미 균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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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등 “강한 우려와 실망감” / 방위비 협상 등에 불똥 튈 수도 / 면밀한 대처로 후유증 줄여야

세계일보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한국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국무부는 논평에서 “미국은 이 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안보적 도전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분명히 해왔다”고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에 대해 미 정부 소식통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도 했다. 예상치 못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제외교에서 ‘실망했다’는 표현은 좀처럼 쓰지 않는다. 자국 이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을 경우에나 사용하는 외교적 수사다. 미 국무부가 한국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정부’라 부르고 ‘심각한 오해’ 운운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얼마나 위중한 사안으로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화해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핵심 요소임을 되새기게 해 준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둘러싸고 한·미동맹의 이상 징후와 문재인정부 외교의 미숙함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어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미 간에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지소미아 종료 파문의 불똥이 이런 현안으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지소미아 파기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의 지렛대로 활용할 소지가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어제 브리핑에서 “지소미아 문제 검토 과정에서 미측과 수시로 소통했고, 특히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매우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했다.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이런 해명으로 미국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국의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 이탈 움직임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실정이다. 자칫하면 한국의 외교 고립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미동맹 관리가 시급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외교 역량을 발휘해 미국에 우리 입장을 이해시키고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는 어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에게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 정부가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추가 보복조치로 한·일 관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한·일 갈등을 풀어나갈 창의적 해법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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