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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국방과 무기

유엔 안보리 “러가 우크라에 쏜 미사일은 北 ‘화성-11형’ 계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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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보고서

2024년 초 키이우·하르키우 공습받아

北·러 무기거래 의혹 증거 쏟아져

美 필두 국제사회 압박 거세질 듯

러 “핵 전문가 아냐… 신뢰성 의문”

15년간 활동한 전문가 패널 ‘종료’

韓·美·日, 대북제재 이행 감시 추진

지난 1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발사된 미사일이 북한산으로 확인됐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가 나왔다. 북한과 러시아가 부인하고 있는 양국 간 무기거래 의혹의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세계일보

파편 조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우크라이나로 발사된 일부 러시아 미사일이 북한산임을 확인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가운데 지난 1월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 파편. 하르키우=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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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보고서에서 전문가 패널은 “지난 1월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를 확인한 결과 북한의 ‘화성-11형’ 계열 탄도미사일로 밝혀졌다”고 보고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동부 하르키우를 향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수십 대를 동원해 공습했고, 약 1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공격 이후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북한의 화성-11형 20여발을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전문가 패널도 현장 조사 끝에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제공한 미사일 궤적 정보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러시아 영토 내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일이 러시아군의 통제 아래 있었다면 러시아 국적자가 무기를 조달했다는 의미”라며 이는 2006년 유엔이 결의한 북한 무기 금수 조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북한 핵실험 직후 다른 국가가 북한으로부터 재래식 중무기, 탄도미사일 및 관련 물자를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결의안(1718호)을 채택했고, 이후 추가로 도입한 결의안에서 금수 대상을 북한제 소형무기까지 확대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도 당시 이러한 대북제재 결의안에 동의했다.

러시아 측은 보고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유엔의 한 소식통이 “해당 보고서를 쓴 조사단 3인은 재무, 핵 프로그램 등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전문가”라며 “이를 전문가 보고서라고 간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이 제기해온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거래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이 추가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의 북한제 무기·탄약을 러시아로 운송하는 데 이용된 러시아 선박 안가라호가 중국 항구에 정박해 있는 위성사진이 공개되면서 북·러를 넘어선 북·중·러 3국 간 군사협력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극대화한 상황이다.

세계일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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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안가라호와 관련, “우리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일이며, 러시아의 방위산업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로, 책임을 묻는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를 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은 30일을 끝으로 15년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전문가 패널은 미국,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파견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돼 활동해왔다.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했고,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발간했다. 안보리는 매년 3월 결의안 채택을 통해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씩 연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결의안에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불발됐다. 러시아는 ‘결의안에 명시한 대북제재에 일몰 조항(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을 상실)을 추가하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자국과 북한 간의 무기거래에 대한 전문가 패널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 패널 임기 종료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유엔 감시망이 공백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미국·일본 3국은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할 새로운 다자 전문가 패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대북제재 결의가 계속해서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사무총장 대변인도 앞서 “대북제재위는 지속되며 제재체제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여전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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