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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분양가 상한제 발표 후 더 혼란해진 부동산시장…재건축 조합 내부 갈등 조짐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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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 단지들이 각자도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을 계획했던 단지들은 상한제 시행 전 선분양으로 돌아섰는가 하면, 이주를 진행해 사업을 돌이킬 수 없는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예정대로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재건축 사업 초기 단지들은 사업을 서두르지 않고 속도 조절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 분양가 상한제 발표 후 재건축 단지 '멘붕'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24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다음달 선분양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아파트 조합은 HUG와 일반분양가 책정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지난 6월 강남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준공후 분양'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르면 오는 10월 중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다시 선분양으로 선회한 것이다.

현재 HUG 분양가 기준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가는 올해 4월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3.3㎡당 평균 4569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원베일리)와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등 이미 조합원 이주를 마치고 철거가 진행중인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상한제 기준에 맞춰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반포 원베일리 조합은 1+1 분양을 확대해 일반분양분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350가구 남짓이던 일반분양 물량이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류지 물량을 법정 한도까지 최대한 남겨놓는다는 방안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류지는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양 대상자의 누락·착오와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가구 중 일부를 분양하지 않고 유보하는 물량으로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까지 남겨놓을 수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최근 공개 경쟁입찰로 분양한 보류지 5가구가 일반분양가보다 높게 낙찰돼 주목받았다.

조합은 내년 4∼6월로 예정된 조합원 분양이 마무리되면 내년 하반기 일반분양에 들어갈 계획이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예정대로 오는 10∼12월 사이에 일반분양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아파트는 전체 건립가구 1만2000여가구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이 4700여가구에 달한다.

이 단지도 1+1을 확대해 조합원분을 늘리고, 설계변경과 일반분양분 마감재 수준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둔촌 주공아파트의 HUG 기준 분양가는 현재 3.3㎡당 2500만∼2600만원 안팎, 분양가 상한제 적용 분양가는 3.3㎡당 2300만원 내외로 추정된다.

시공사 관계자는 "다행히 HUG가 요구하는 분양가나 상한제 적용 분양가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여서 어느 쪽이든 수용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10월 법안 개정 내용과 시행 시기에 따라 분양 시점에서 상한제를 적용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상한제 시행에 따라 일반분양가에 포함하지 않는 '선택항목(옵션)'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법원 1심에서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취소 판결을 받은 반포 주공1단지는 조합과 시공사 모두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단독 시공사이자 공동사업시행자인 A 건설사는 시공사 선정 당시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가를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에도 불구하고 3.3㎡당 5100만원씩 보장해주겠다는 '일반분양가 보장' 조건을 내걸어 추후 상한제 분양가가 3.3㎡당 3000만∼4000만원 안팎에 결정되면 회사 측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조합도 항소심에서도 관리처분인가 취소가 확정되면 10억원대에 달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돼 현재 사업의 향배가 불투명하다.

조합측은 일단 당초 10월로 예정한 이주를 연기하고 항소심에 대비하고 있다.

◆사업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비교적 느긋…속도 조절할 수 밖에 없어

사업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무리하게 사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에 신속한 재건축 심의 이행을 촉구하며 시위까지 벌였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영향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일부 급매물이 나오며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최근 가격이 급등했던 '대장주'를 중심으로 사정이 급한 사람들이 가격을 낮춰 내놓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19억5000만원 선이었는데 지난주 1억원 떨어진 18억5000만원, 주말에는 1억1000만원 빠진 18억4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6월 말까지 20억원 이상 호가했으나 지난주 한 급매물이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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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아예 안전진단 통과도 못 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는 매수세는 줄었으나 급매물도 나오지 않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는 13억원, 6단지 전용 47㎡는 9억3000만∼9억5000만원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재건축 초기 단계인 과천주공 5, 8, 9, 10단지도 매수세는 줄었지만 아직 호가가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전문가 전망도 엇갈려…실수요자 혼란 더욱 가중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발표한 뒤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실수요자들이 시세보다 20~30% 저렴한 가격으로 내집을 마련함으로써 주변 시세를 낮춰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와 장기적으로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엇갈린 전망을 내놓으면서 무주택·실수요자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낮은 분양가로 이른바 '로또 청약'에 따른 과도한 시세 차익을 얻지 않도록 분양권 전매제한 기한이 대폭 늘어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이 3~4년으로 앞으로는 최장 10년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주택에만 적용된 거주의무기간을 민간아파트에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과 시기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추후 결정하기로 하면서 부동산시장의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역과 시기가 정확하지 않다 보니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들은 사업 추진 여부와 분양 일정 등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단지에서는 ‘설계를 바꾸고 조합장도 바꿔 추진해야 된다’는 주장이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관리처분인가 무효 판결이 나온 반포주공 1단지는 '1대1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자는 주장이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 일반분양 가격이 조합원 분양가격보다 낮아지면 분양을 많이 할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들과 정부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번 상한제 적용 시점 변경 자체가 소급입법이고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헌법소원이나 상한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정부 방침은 확고하다.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조합원 기대이익 보다 크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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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에서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 시장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기와 지역을 정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때까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은 여러 단계의 인허가를 거쳐야 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사업장마다 적어도 1~2건 이상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그 책임의 화살이 조합장 등 집행부에 돌아가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뉴스1은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에서 소송이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렵다"며 "소송과 여러 논란으로 사업이 장기화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조합원"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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