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 중 목재, 식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이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허가 개별심사를 받는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일본 의존도가 큰 핵심 소재, 부품의 조달이 까다로워지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한국 정부도 일본에 전략 물자를 수출할 때 적용해온 우대 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 한국도 일본에 더 깐깐한 수출 심사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 국가(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키로 한 데 대한 ‘맞불 카드’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전격적으로 파기하는 강수를 던졌다.
연간 1000조원 이상 교역을 하는 양국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경제전쟁에 돌입한 셈이다.
“이마트 월계점이 9월 15일 마지막 영업으로 폐점합니다.”
지난해 1조373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4년 연속 매출 1조원 클럽의 신화를 이어온 국내 SPA브랜드 1위 유니클로가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유니클로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마트 월계점 유니클로 폐업을 알리는 공지가 올라왔다. 점포 앞에도 영업종료를 알리는 팻말이 세워졌다. 앞서 종로3가점, 구로점에 이어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이후 3번째 폐점이다. 본격적으로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두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서울 핵심 상권과 대형 상업시설에 입점해 있던 점포들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액 70% 급감하며 휘청, 임원 실언에 브랜드 퇴출운동까지
유니클로 측은 폐점결정에 대해 “이슈가 일어나기 전 결정된 일이라 불매운동과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세 곳 모두 예정된 일정대로 폐점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유니클로 측은 종로3가점은 건물주와의 임대료 문제, 구로점은 AK플라자 구로점의 철수, 월계점은 이마트의 리뉴얼을 폐점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의류업계 전문가는 “종로3가 같은 대형 상권에 자리했던 점포는 브랜드의 상징성의 측면에서 이전해 영업을 지속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라고 설명하며 “마트 같은 대형 상업시설에 입점한 경우도 인근 주민들의 충성도가 높은 경우가 대다수라 로드숍 재오픈을 검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점포 매출이 꾸준히 이어질 경우 인근에 새 매장을 찾아 입점하는 경우가 다수지만 유니클로는 모두 단순폐점을 결정했다. 유니클로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줄폐업의 원인은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급감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개 신용카드사(하나, BC, 우리, 신한, 롯데, 현대, 삼성, KB국민)의 유니클로 1주일 단위 카드매출액은 불매운동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마지막 주 59억4000만원을 기록했던 국내 유니클로 카드매출액은 7월 넷째 주 17억7000만원으로 한 달 사이에 70%나 감소했다. 1년 전인 2018년 6월 마지막 주부터 2018년 7월 셋째 주까지 유니클로 신용카드 매출액이 46억1000만원, 53억9000만원, 55억5000만원, 61억4000만원으로 점차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계절별 기능성 의류를 주력으로 판매하며 성수기효과를 누리던 예년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특히 유의미한 점은 7월 첫째 주에서 둘째 주 매출액의 변화다. 일주일간 23억9000만원이 줄어든 이 시점은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카자키 타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불매운동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이 언론으로 흘러나와 유니클로가 일본 불매의 상징으로 떠오르던 때다.
같은 기간 유니클로 외에 국내에 판매되는 일본의 주요브랜드의 실적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마지막 주부터 7월 넷째 주까지의 무인양품의 국내 카드매출액은 6억6000만원에서 2억7000만원으로 3억9000만원(5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ABC마트는 36억3000만원에서 29억3000만원으로 7억원(19.2%) 줄어들었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ABC마트 세 브랜드를 합친 매출액은 102억3000만원에서 49억8000만원으로 약 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사카 30% 주요 여행지도 타격
일본맥주 수입 34.6% 줄어
일본여행객 수가 줄어들며 현지 신용카드 결제액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 일본 주요 관광지의 국내 신용카드 매출액은 같은 기간 1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사카 지역은 지난해 대비 30%나 줄었다.
여행객이 줄어들면서 엔화 환전도 줄었다. 국내 5대 시중 은행인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이 지난 7월 고객에게 환전해 준 엔화는 총 225억엔(약 2579억원)이었다. 이는 한 달 전인 6월 244억엔보다 7.7% 감소한 수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7월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것을 고려하면 환전 규모가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최근 주요 여행사를 통한 일본단체여행객이 70~80% 감소했다는 점과 항공사들도 일본노선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 카드결제액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불매운동의 여파는 일본맥주 수입량에서도 알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7월 일본 맥주 수입금액은 434만달러(약 52억3838만원)로 지난해 같은 달(664만달러) 대비 34.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부터 꾸준히 증가해온 일본맥주 수입금액은 6월 790만달러로 정점을 이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에는 45%가 줄어든 셈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수입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일본맥주의 위상도 온데간데없다. 벨기에·미국에 1, 2위를 내주며 3위로 내려앉았다. 8월 들어 수입액은 더욱 급감했다. 11일까지 수출입금액 잠정치를 보면 일본 맥주 수입액은 4만4000달러로 국가별 순위에서 20위까지 떨어졌다. 중국이 272만달러로 가장 높았고 네덜란드, 벨기에, 폴란드, 미국, 독일순이었다. 국내 주요 편의점업체의 8월 수입맥주 판매 순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던 아사히, 기린이치방, 삿포로 등 일본맥주는 모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기준으로는 아사히가 1위, 기린이치방이 6위, 삿포로가 8위를 차지한 바 있다. 품목별로 보면 지난 한 달간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소비재 중 수입금액이 큰 주요 품목을 전년과 비교한 결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한 승용차가 34% 감소했고, 골프채(-38%) ,사케(-34%) 등도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문구류와 완구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28% 감소했고, 오토바이와 미용기기는 각각 83%, 66% 급감했다.
강병원 의원은 “한국 국민의 자발적인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일본 규제에 대응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일본의 경제침략을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국민의 저력에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내각도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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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보복 철회해도 불매운동 지속” 41.3%, NoNo 일본 연말까지 지속될 것
일본 불매운동은 얼마나 지속될까?
여론조사 결과 국민 4명 중 3명 이상이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는 한 불매운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8월 14일 전국 19살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를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 시점’이라는 응답이 34.9%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 사죄·배상 시점’이라는 응답이 28.1%을 차지했고 ‘일본의 침략 사죄·배상 이후도 지속할 것’이라는 응답이 13.2%로 집계돼 일본이 무역보복을 철회해도 불매운동을 지속하겠다는 응답이 41.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는 한 불매운동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 전부를 합하면 76.2%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하기 이전에 중단될 것이라고 보는 응답은 13.0%에 불과했다.
연령층을 세분화해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의지는 20대 집단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20대에서는 ‘일본의 침략 사죄·배상 시점’이라는 응답과 ‘일본의 침략 사죄·배상 이후에도 지속할 것’이라는 응답이 56.4%로 나타나 전 연령층 중 유일하게 50%를 넘었다. 30대 이상에서는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일본의 사죄 이후에도 불매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비율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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