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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를 비롯해 소상공인이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지난 2분기 대출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시설자금보다 인건비 등 운전자금 용도 대출이 많고, 이자율이 높은 2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느는 등 대출의 질은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경기 불황의 한 단면이라고 말한다. 고용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업자들은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소비는 늘지 않은 채 경쟁만 치열해지자 기존 업자들이 대출을 늘려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대출금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2분기 말 전체 서비스업 대출금이 16조2000억원 증가했는데, 그중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 전 분기 대비 7조8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8년 1분기 이후 최대 폭이다.
이혜영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과장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신설법인이 늘어 대출이 증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업종의 신설법인 수는 2분기 중 6342개(중소벤처기업부 집계)로 전 분기(5980개) 대비 대폭 늘었다. 사업자 수(국세청 집계)도 3월 말 238만명에서 5월 말 240만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사업자와 대출금이 동시에 증가한 건 최근 좋지 않은 고용 사정을 반영한다고 봤다. 퇴직 후 재취직이 안 되는 장년층과 최악 실업률을 경험하고 있는 청년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0·40·50대 고용 상황이 좋지 않고, 소비 증가율도 높지 않다. 그런데 자영업 창업과 대출이 늘었다"며 "이런 지표들을 종합해 보면 임금근로자가 되지 못한 청장년층 중심으로 자영업자 창업이 늘고, 이로 인해 대출금이 증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창업은 취직이 안 될 때 남는 마지막 선택지"라며 "지금처럼 업황이 좋지 않고 소비심리도 약한 상태에서 대출이 늘고 창업자가 늘었다는 건 실업자와 실직자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대출 증가가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업황이 좋아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할 때도 대출이 는다. 하지만 대출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징후가 뚜렷하다. 대출금은 용도에 따라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으로 나뉜다. 운전자금은 인건비나 원재료 등 사업 유지 자금을 뜻하고, 시설자금은 생산설비 구매 등 투자에 쓰이는 돈을 말한다. 전체 서비스업의 운전자금 대출은 2분기에 11조원 증가한 반면 시설자금 대출은 5조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했다는 의미다.
이정희 교수는 "새로운 투자 여력은 없지만 폐업하기에는 다른 대안이 없으니 빚을 내서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음식·숙박업 같은 경우에는 업황이 곧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출이 줄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빚을 내는데, 이게 운전자금에 섞여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대출의 질도 악화됐다. 서비스업 대출은 시중은행보다 이자율이 높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서 빠르게 늘었다. 비은행 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1%로, 은행권 대출(7.1%)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한편 2분기 제조업 대출은 4조원 늘어나는 데 그치며 1분기 6조5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이 역시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경기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제조업 시설자금 대출금 증가 폭이 1분기 1조9000억원에서 2분기 5000억원으로 줄면서 대출금액이 축소됐는데, 이는 제조업 업황 부진에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가며 설비투자를 할 유인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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