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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日 수출규제 원론적 언급한 美… 한국엔 “안보이익 해쳤다” 몰아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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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전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되돌려야” 압박
한국일보

지난 25일 오전 독도에서 해군장병들이 독도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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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불만을 거듭 표출하고 확대하면서 과거 언급하지 않았던 독도훈련마저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되돌릴 것을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반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일본 조치에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내놓는 대조적 모습을 보여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로 미국이 한국을 상황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기류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국의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지 않는 행동들이다. 단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국무부도 이날 논평을 내고 독도 훈련에 대해 “한일간의 최근 불화를 고려할 때 리앙쿠르암에서의 군사훈련 시기와 메시지, 늘어난 규모는 계속 진행중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리앙쿠르암은 미국 정부 기구가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중립적 표기다. 국무부는 이어 “미국은 리앙쿠르암의 영유권에 관해 어떤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라며 “한국과 일본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간 한일간 독도 분쟁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은 채 거리를 둬왔고 매년 실시되는 독도 방어훈련에 대해 일본이 항의를 할 때도 관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이어 24, 25일 이뤄진 독도 방어훈련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것이 가뜩이나 지소미아 결정으로 부글거리는 미국의 불만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독도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던 미국의 침묵은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었으나 미국이 독도 훈련을 문제 삼으면서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의 전략이 먹혀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미 국무부는 이날 일본이 예정대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한 것과 관련해선 “이 문제를 진지한 논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우리의 두 긴밀한 동맹국을 계속 장려할 것”이라는 원론적 언급만 내놓았다.

미국이 한일 양국의 조치에 대해 다른 대응을 보이는 것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한일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분쟁 사안으로 보는 반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에 대한 직접적 도전으로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이것은 양쪽 지도자들 사이의 분쟁이다. 양쪽에서 도움이 안 되는 선택들이 있었고 이 때문에 우리가 어느 한쪽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양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와 독도 문제를 거론하면서 “우리가 오늘 이 얘기를 하는 것은 한국의 최근 조치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없는 것(we can’t sit quiet for)"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선 미국이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특히 한미일 3각 협력을 통해 중국 견제에 총력을 쏟고 있는 미국으로선 한미일 3각 협력의 고리인 지소미아를 종료시킨 것이 미국의 핵심 이해를 건드린 것으로 보는 모습이다. 미국의 또 다른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중국이 이번 결과(지소미아 종료)를 싫어하리라 생각지 않는다”면서 "이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중국 입장을 강화하거나 적어도 동맹 구조를 덜 위협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고 AFP가 전했다. 일본 NHK에 따르면 이날 미 국무부 고위관료는 “지소미아 종료가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취약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혜택을 보는 쪽은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의 외교전략에 대한 도전”이라고 평했다.

지소미아가 11월 22일 종료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은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막으려는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 당국자는 “지소미아가 11월 종료되기 전에 한국 정부가 마음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소미아 회복의 데드라인을 정한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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