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사 거부로 '계엄군 헬기' 진입 지연 등
당일 동선 내세워 '계엄 사전 모의' 부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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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사태 당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함께 국회에 투입된 이상현 육군특수전사령부 제1공수여단장에게 "담을 넘으면 (국회 진입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의 이 같은 '지시'가 '국회 무력화 작전'을 적극 진행시킨 정황으로 보고 있지만, 이 전 사령관 측은 "명령이 아닌 단순 조언일 뿐이었다"는 입장이다. 또 계엄 선포 불과 몇 시간 전에 송별회에 참석하는 등 당일 행적을 근거로 계엄 모의 의혹도 부인하고 있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령이 발동 중이던 4일 오전 0시쯤 이 전 사령관은 국회 진입 방법을 묻는 이 여단장에게 전화로 "담을 넘어가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현장은 시민들과 군인, 국회 관계자들이 뒤섞여 국회 내부 진입이 쉽지 않았다. 이 여단장이 이미 경내에 진입한 수방사 측에 진입 방법을 물어보자, 이 전 사령관이 이같이 답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에는 1공수여단 260여 명, 수방사 200여 명이 투입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 전 사령관 지시에 따라 1공수여단이 국회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사령관은 그러나 특전사령부 소속인 이 여단장과는 지휘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지시한 게 아니라 조언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도 진입이 어려워 담을 넘어 갔으니, 비슷하게 하면 될 것"이라고 방법을 알려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전 사령관 측은 "출동 목적이 국회 봉쇄가 아닌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회를 방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발령한 계엄이라, 불법이라고 의심하지 않고 일단 출동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사령관은 사전에 계엄 발령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계엄군의 '국회 무력화 작전'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707특수임무단 등 병력을 태운 헬기가 예정보다 늦은 3일 오후 11시 47분에 국회 경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비행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헬기 진입을 수차례 불승인한 것은 이 전 사령관이 이끄는 수방사였다. 이 전 사령관 측은 "계엄을 미리 알았거나 이에 동조했다면 왜 헬기 진입을 막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 자신의 행적도 검찰에 제시했다. 그는 계엄 당일 저녁, 부부 동반으로 부하의 전출 환송회에 참석했다. 이후 다음 날 예정된 조찬기도회에 오기로 한 이들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돌리다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출동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수방사의 핵심 병력인 제1경비단 제35특수임무대대의 절반가량은 계엄 전날 강원 인제에서 진행된 육군과학화전투훈련에 보낸 상태였다.
다만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과 '사령관 3인방'의 세 차례 회동에 이 전 사령관도 참석했다는 점을 근거로, 사전 모의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마지막 회동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언급했다"는 입장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사령관은 "수방사 특임대의 위험수당 도입을 건의했을 뿐 계엄 모의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사령관 3인방 회동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밝히는 게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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