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OTT 양대산맥 주가 승자는? 넷플릭스 가입자 주춤하자 디즈니 저가공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디즈니가 극장가를 휩쓸고 미국 주식 투자에서도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해외주식 완전정복’ 행사에 참여한 투자자 4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매수하고 싶은 종목으로 ‘디즈니’가 20.9%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의 하나로 미디어 종목을 선두하는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를 훌쩍 따돌린 인기다. 최근 5년간 주가가 100달러 근방에서 머무르며 횡보장을 보였던 디즈니는 작년 말 디즈니플러스 발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마치 한물 간 기업 취급을 받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저(Azure)라는 클라우드로 시총 1위에 올랐듯 디즈니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업가치가 재조명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장악했다고 생각한 OTT(Over The Top) 사업에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하며 넷플릭스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영화, 드라마, 다큐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KB경영연구소는 OTT로 인해 콘텐츠 소비에서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완화되고 선호의 발견과 글로벌화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능동적으로 선택해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이용경험이 쌓여 선호가 나타나며 이를 기반으로 OTT플랫폼을 통해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 역시 취합된 선호 정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기반으로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둔 예다. 또한 주파수 할당이라는 국가별 제약이 사라지면서 개인이 손쉽게 전혀 다른 문화권의 콘텐츠에 실시간으로 접근하게 돼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동조화되는 것도 OTT플랫폼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즈니플러스 출시로 콘텐츠 플랫폼 왕좌 두고 넷플릭스와 경쟁

OTT플랫폼은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가 주로 거래되는 곳이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독점 방영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가 대표적으로 유료가입자를 늘려 수익을 확대했고 그 돈으로 다시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옥자>, <킹덤> 등이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넷플릭스 독점 상영을 조건으로 제작되었듯 세계 각국의 로컬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기도 한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투자한 비용만 해도 75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자사 플랫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의 대부분이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밝혔다. 2019년 3월 기준 홈페이지 오리지널 목록에는 1000여 개의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파죽지세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은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라는 OTT플랫폼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BAMTech 인수와 스포츠 콘텐츠 OTT인 ESPN+의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출시한 OTT플랫폼이다.

플랫폼은 한 번 구축되면 다른 경쟁자가 들어오기 힘들다. 네트워크 효과와 잠김효과(lock-in 효과)로 한 번 승자는 영원한 승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디즈니플러스의 발표는 넷플릭스의 주가를 흔들었다. 디즈니는 플랫폼의 신규 진입자이기 전에 콘텐츠 보유자였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경쟁력은 풍부한 콘텐츠에서 나온다. 디즈니는 방송사 ABC, 스포츠채널 ESPN은 물론,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코믹스, 2012년 루카스 필름, 2017년 20세기폭스, 2018년에 21세기폭스까지 인수했다. <아바타>, <보헤미안랩소디> 등의 히트작도 21세기폭스 소유다. 이미 제작과 유통을 수직 통합시킬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공생 관계였던 디즈니와 넷플릭스는 이제 콘텐츠 제작자로서, 플랫폼 사업자로서 여러모로 경쟁하게 됐다. 기업가치와 밸류에이션 역시 콘텐츠주의 양대 산맥으로 자연히 피어그룹(peer group)으로 묶이며 경쟁 관계에 들어가게 됐다.

▶디즈니플러스 출시로 미디어, 스튜디오 등 다양한 사업부문 시너지 가능

디즈니는 연간 1억5000만달러를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 대가로 받았으나 이제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해서 OTT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는 디즈니의 콘텐츠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회수될 예정이다.

이미 21세기폭스 인수를 통해 OTT플랫폼 2위인 훌루의 지분 100%를 확보하기도 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11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1년에 영화 500편, TV시리즈 7500편을 방영할 계획이다.

디즈니가 OTT플랫폼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한 사업부문과의 시너지에 있다. 디즈니의 사업 부문은 미디어, 테마파크, 스튜디오, DTC/DTI(OTT플랫폼), 21세기폭스 5개로 이뤄져 있다.

그전엔 디즈니 채널을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부문은 유료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 등 신규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커팅(cord cutting)으로 실적이 주춤했다. 그러나 이제는 미디어 부문을 통해서 디즈니채널의 캐릭터나 프로그램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디즈니플러스 OTT플랫폼에서 관련 영상을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볼 수 있다.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를 방문해 디즈니에 대한 로열티가 더 높아진 소비자들도 OTT플랫폼에서 추가 디즈니 프로그램을 더욱 애청하게 된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콘텐츠가 디즈니플러스의 무기

디즈니플러스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넷플릭스의 현재 세 가지 가격 모델 중 가장 저렴한 것이 8.99달러임에 반해 디즈니플러스는 6.99달러로 공급하기로 발표했다. 이미 제작되어 있는 자사 콘텐츠들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콘텐츠 자체 제작에 써야하는 비용이 적어 서비스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자체 콘텐츠 제작 및 배급 능력이 탁월한 데다 21세기폭스 인수를 통해 더욱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하게 됐다.

박현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디즈니 개봉영화가 무려 10편에 달하는데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박스오피스 시장 2위로 27억달러 총매출을 기록했다”며 “21세기폭스의 올해 개봉 예정 영화만 총 12편에 달한다”고 말했다. 국내 극장가는 이미 디즈니 영화 열풍을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5월 개봉한 <알라딘>은 디즈니 영화 관객 수 1위라는 새 기록을 썼고 6월 개봉한 <토이스토리4>, 7월 개봉한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과 <라이온킹>도 흥행 반열에 올랐다.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블록버스터는 디즈니 스튜디오 부문의 이익이자 내년부터는 OTT플랫폼의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 7월 박스오피스 점유율을 보면 월트디즈니스튜디오(21세기폭스 포함)가 35.4%를 차지했다. 워너브라더스가 15.9%로 2위, 유니버셜이 13.3%로 격차가 크다.

다만 플랫폼 선두주자를 둔 경쟁이 격화되는 것은 위협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200여 개 국가에 진출한 아마존, HBO를 품은 AT&T, 디바이스를 보유한 애플도 향후 글로벌 OTT플랫폼 시장에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보다 가입자 증가 둔화가 발등의 불

당초에는 디즈니플러스로 인해 넷플릭스가 받을 타격은 제한적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개 콘텐츠가 오리지널 콘텐츠일 정도로 넷플릭스는 단순한 OTT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오리지널 콘텐츠인 <기묘한 이이기>나 <루머의 루머의 루머> 등이 시즌제로 계속 나오면서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또한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은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점도 오히려 OTT 경쟁사 확대가 신규 시장 창출 기회로 여겨지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드러났다. 올 2분기 넷플릭스는 매출액 49억2300만달러, 영업이익 7억600만 달러를 발표했다. 각각 전년 대비 26%, 52%가 늘어난 실적이었지만 매출 측면에선 사전 가이던스나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가이던스는 매출 49억2800만달러, 컨센서스는 매출 49만3300억달러를 예상했다.

사상 최대치 영업이익 14.3%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이유는 가입자 증가분 270만 명이 당초 가이던스 500만 명을 대폭 하회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내에서의 경쟁격화와 시장 보급률 90%에 근접하면서 포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해외가입자 증가수도 283만 명이어서 가이던스 470만 명을 큰 폭으로 하회했다. 아직 OTT 보급률이 낮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입자 증가가 기대치보다 낮은 점이 주요 원인이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에 따른 가파른 마진 개선과 외형 성장은 훌륭했지만 자국시장 포화와 아시아 시장 경쟁 격화로 미국과 해외 모두 가입자 수 순증에서는 쇼크를 기록했다”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해외 가입자 수 순증세 회복 없이는 지금과 같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92배에 거래되고 있는 넷플릭스 주가는 잠재성장성에 바탕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실적보다 가입자 수 증가가 주가를 결정한다”며 “넷플릭스 측에선 3분기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순증 속도가 재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오히려 경쟁 격화에 따라 투자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반기부터 애플(9월), 디즈니(11월), 워너미디어(2020년), NBCU(2020년)의 OTT 서비스 출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즈니는 OTT 스트리밍 서비스 안착 전까지 실적 부진 전망

디즈니의 2분기 실적도 컨센서스를 하회한 것은 마찬가지다. 매출액은 202억원으로 전년 대비 32.9% 늘어났지만 시장 기대치 214억원에는 못미쳤다. 디즈니 스튜디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토이스토리4>, <알라딘> 등의 다수 흥행작에도 불구하고 테마파크 사업 부문에서 미국 내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전분기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39억원으로 전년대비 5.4% 줄었다.

실적부진이 3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 단기적으로는 OTT 스트리밍 서비스 관리 비용이 계속 늘어날 것이며 11월까지는 개봉 예정된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없어 실적 모멘텀도 부족하다. 다만 중장기적 모멘텀은 여전하다. 11월에 <겨울왕국2>와 12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등을 개봉한다. 특히 11월 미국에서는 구독료 월 6.99달러의 디즈니플러스 출시와 12.99달러의 번들서비스 출시가 예정돼 있다. 번들서비스는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훌루를 묶은 서비스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디즈니의 21세기 폭스 합병은 콘텐츠 지적재산권과 제작인력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와 글로벌 확장으로 이어진다”면서도 “기존 라인업으로 인해 콘텐츠 측면에서 디즈니의 영향력이 완전히 발휘되기까지는 1~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은 넷플릭스가 더 커

디즈니 역시 주가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있다. 3년 EPS 예상성장률은 마이너스 7.5%다. 이를 감안할 때 현재 PER 22배는 고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 견줄 만한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주가 수준은 크게 올랐지만 동시에 플랫폼 관리로 인한 비용증가가 영업이익을 낮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주가로만 따지면 시장은 디즈니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8월 15일 기준 290달러인 넷플릭스의 주가는 오히려 1년 전보다 10% 떨어졌다. 7월에는 380달러까지 오르며 회복하는 듯보이다가 2분기 실망스러운 가입자 주에 또 한 번 급전직하했다.

물론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 5년간 350% 오를 정도로 상승폭과 밸류에이션이 컸기 때문에 보다 주가 변동성이 큰 까닭도 있다. 이에 비해 디즈니 주가는 1년간 17% 올랐다. 2분기 컨센서스보다 못한 실적을 발표한 후에도 주가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7월 말 146달러로 신고가를 찍은 후 실적 발표와 미국 장단기금리 역전에 따른 지수 급락을 거친 후에도 주가는 130달러선을 지키고 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 기준으로 디즈니의 경쟁기업 대비 리스크는 낮은 반면 수익률(배당 재투자 가정)은 18%로 높게 나왔다”며 “넷플릭스는 연간 수익률은 56.5%로 가장 높지만 변동성 위험도도 가장 높다”고 말했다.

[김제림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