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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사회 밝힌 영웅 9人 "시간 돌려도 똑같이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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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청룡봉사상 시상식]

15년째 독거노인에 반찬 배달… 엽총 난사범 제압 '수퍼시민'도

공적 소개될 때마다 큰 박수 터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임을 다한 경찰관, 희생과 헌신으로 사회를 밝힌 시민들의 공적을 기리는 제53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이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임호선 경찰청 차장, 심사위원장인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 심사위원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수상자 가족·동료, 역대 수상자 모임인 '청룡봉사회'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충(忠)·신(信)·용(勇)·인(仁)·의(義) 5개 분야에서 선정된 9명의 수상자에게는 각각 트로피와 상금 1000만원씩이 수여됐다.

충상(忠賞)을 받은 김영택(가명·업무 특성상 미공개) 경위는 수상 소감에서 "1년 넘게 팀 동료들과 함께한 고생에 대한 보상을 내가 대표로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청룡봉사상 수상자로서, 타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신상(信賞)을 받은 서울경찰청 영등포경찰서 정순태(58) 경위는 영등포역 일대 노숙인 사이에서 '큰형님'으로 통한다. 올해로 10년째 노숙인 전담 경찰관으로 일하며 그들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정 경위는 "이번 청룡봉사상 수상에는 영등포 일대 쪽방촌, 노숙인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3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웅선씨, 최순신 경사, 박종훈씨, 손성욱 경사, 오윤정 경사, 정순태 경위, 신종현 경위, 김영택(가명·업무 특성상 미공개) 경위, 황창연씨.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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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수상자 경기남부경찰청 수원중부경찰서 오윤정(44) 경사는 2014년부터 관내 14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1500번 넘게 범죄 예방 활동을 벌였다. 오 경사는 "우리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도록 학생들의 범죄 예방에 헌신적으로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오 경사가 상을 받을 때는 동료 경찰관 10여명이 '아동·청소년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 우리 함께 만들어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남편의 외조가 있어 이 자리까지 왔다"며 웃었다.

용상(勇賞)은 경찰관 3명이 수상했다. 충남경찰청 천안동남경찰서 최순신(43) 경사는 형부로부터 협박당해 8년간 90여 차례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를 구해 수상자에 선정됐다. 최 경사는 201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성폭력·가정폭력 사범 264명을 검거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 손성욱(40) 경사는 작년에만 조직폭력배 84명을 체포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성남 지역에서 활개치던 조직폭력배 조직원 72명을 붙잡아 이들 조직을 사실상 와해시켰다. 경북경찰청 포항북부경찰서 신종현(50) 경위는 20년 차 베테랑 형사다. 2017년 12월 난투극을 벌이고 잠적한 포항 지역 조직폭력배 22명을 14시간 만에 검거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신 경위의 아내는 "'아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데 만날 집에 안 들어오느냐'고 묻던 아들이, 이제는 아빠를 따라서 경찰관이 되겠다고 한다"며 "자신은 흙탕물 튀는 곳으로 뛰어다니지만, 가족과 시민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의 공적이 소개될 때마다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인상(仁賞)을 수상한 신웅선(57·인천 남동구)씨는 중증 장애를 앓는 몸으로 15년째 만수동 일대 독거노인들에게 직접 만든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토요일 오전엔 동네 목욕탕에서 어르신들의 등을 밀어 드린다. 신씨는 "어르신들에게 큰 상을 받게 됐다고 했더니, 자기 일처럼 기뻐하셨다"고 했다. 수상자들은 수상을 축하해 주러 온 가족·동료와 기념사진을 찍느라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시민 영웅'들에게는 의상(義賞)이 수여됐다. 박종훈(54·경북 봉화군)씨는 지난해 7월 엽총 난사범을 맨몸으로 제압한 '수퍼 시민'이다. 박씨는 "그 자리에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창연(51·전남 진도군)씨는 작년 5월 브레이크가 풀려 차도 쪽으로 밀려 내려가는 SUV 차량을 온몸으로 멈춰 세워 차에 탄 초등학생들을 구조했다.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아 그것만으로 기쁠 뿐"이라고 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축사에서 "수상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 왔다"며 "수상자들을 통해 영웅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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