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위가 30일 마지막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연금 개선 방향에 대한 단일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장지연(오른쪽) 위원장은 “단일안을 만들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위가 지난해 10월 말부터 국민연금 개편안을 논의하며 합의안 마련을 시도했지만 가·나·다 등 세 가지 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노동계와 경영계 등 주체별 의견 차이만 확인한 셈이다.
30일 연금개혁특위 전체회의는 예상보다 5시간 늦은 오후 4시쯤 끝났다. 장지연 특위 위원장은 회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단일안을 만들어야 (국회 차원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의견 차이가 커서 아무것도 발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그나마 누가 어떤 안을 지지하는지 밝히는 선에서 발표를 했다. 지난해 8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는 두 가지, 12월 보건복지부는 '사지선다'형 개편 방안을 제시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민연금 개편 논의를 시작한 이후 국민연금 개편안은 모두 9개로 늘어났다(일부는 내용 중복).
이처럼 국민연금 논의가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 개선안을 보고받고 보험료율 인상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후 복지부는 정부 책임하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모양새는 보이지 않으려고 마음먹은 것 같았다. 이날 연금특위에서도 복지부는 어느 입장을 지지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국민연금기금이 2057년, 연금특위 다수안대로 보험료율을 3%포인트 인상하더라도 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추는 데 불과하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경사노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안에 대해 아직 당의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충분하게 토론하고 국민적인 동의를 구하는 과정들을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야당은 9월 말까지 정부 단일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복지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명연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9월 말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단일안을 만들어 제시하면 국회도 피하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위해 나서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정부는 '보험료율을 올렸다가 총선에서 표가 이탈하지 않을까'만 걱정하는 정권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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