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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햇빛 많이 쬐기, 멀리서 그림 보기 … 근시 진행 늦추는 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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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리 작업 많으면 근시 가속화

망막박리·황반변성 위험 더 높아

하루 2시간은 햇빛 쬐는 게 좋아

우리나라 학생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눈 질환은 ‘근시’다. 근시는 먼 곳을 볼 때 물체의 상이 망막의 앞쪽에 맺히는 눈의 굴절 이상 상태를 말한다.

청소년 10명 중 9명꼴로 근시다. 실제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안경을 끼지 않은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너무 흔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쉽게 봐선 안 된다.

근시는 단순히 멀리 있는 것이 잘 안 보이는 ‘증상’이 아닌 눈의 구조가 변해서 생기는 엄연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정상인의 눈은 원래 6m 정도 떨어진 거리의 물체의 상을 수정체를 조절하지 않고도 망막에 선명하게 맺을 수 있다. 하지만 근시가 있으면 어려운 일이다. 근시가 생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선천적인 이유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배형원 교수는 “인종과 유전 요인에 따라 성장기에 안구가 유독 앞뒤로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면 수정체의 굴절력이 정상이라도 물체의 상이 망막 앞에 맺히게 돼 멀리 있는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축성 근시’라고 한다. 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축성 근시 비율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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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은 선천적 원인 많아



근시가 생기는 두 번째 이유는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다. 과도한 근거리 작업이 수정체 모양을 변화시켜 굴절 이상을 일으킨다. 온누리스마일안과 정영택 원장은 “책을 많이 읽는 등 근거리 작업을 오래하면 수정체가 볼록한 상태가 지속하는데, 이때 수정체와 주변 근육이 경직된 상태가 계속되면서 근시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학생은 축성 근시가 있는 상태에서 근거리 작업까지 지속해 수정체가 두꺼워져 고도 근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아시아 중에서도 교육열이 높은 한국·일본·싱가포르·대만 등의 고도 근시 학생이 아시아의 다른 나라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햇빛을 덜 쬐는 것도 근시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 교수는 “햇빛을 쬐면 몸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도파민은 안구를 정상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인자”라며 “실내 활동이 많아 햇빛을 쬐는 시간이 적은 나라일수록 근시 비율이 높다는 연구가 많이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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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근시가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도록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근시가 있는 아이는 나이가 들었을 때 정상인보다 망막박리·황반변성 등이 더 잘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안구가 길어지면 망막에 압력이 가해져 박리·천공 등이 더 잘 생길 수 있고 황반 또한 더 빨리 노화한다”고 말했다.

한쪽 눈만 근시가 있는 경우에도 조심해야 한다. 정 원장은 “한쪽 눈만 잘 보일 경우 그쪽 눈만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다른 쪽 눈은 점점 도태된다”며 “특히 유아기에 한쪽 눈만 사용하면 다른 쪽 눈은 시신경 세포 자체가 생겨나지 않아 성인이 돼서는 어떤 치료를 해도 시력을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만 3세부터 6개월마다 안과 검진해야



그렇다면 근시를 예방하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배 교수는 “현재까지 근시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화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있다. 멀리 있는 사물 자주 응시하기, 햇빛 많이 쬐기 등으로 수정체를 볼록하게 만들지 않고 안구를 정상적으로 성장하도록 하면 고도 근시로까지 진행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아이의 근시 진행을 늦추려면 하루 2시간 햇빛을 쬐며 뛰어놀게 하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햇빛이 잘 드는 실내 창가에서 2시간 정도 책을 읽게 하거나 공부를 하게 하면 좋다”고 말했다. 뛰어놀면서 먼 곳을 자연스럽게 보도록 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 또한 힘들다면 집 안 곳곳에 원근법을 활용한 그림을 붙여 놓고 틈틈이 보게 한다. 정 원장은 “원근법으로 그려진 그림을 5분 정도 응시하면 수정체가 볼록한 상태에서 아무 힘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인 정시안(正視眼)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정기 검진으로 제대로 된 안경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정 원장은 “보통 시력 검사를 할 때 수정체 근육이 평소보다 다소 긴장되는데, 이 때문에 본래보다 시력이 더 떨어지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시력 검사 결과에 맞춰 지나치게 높은 도수의 안경을 쓰면 수정체가 원래 상태보다 더 볼록하게 돼 근시가 더욱 가속화한다. 안과에서 수정체의 조절근을 풀어주는 약물을 점안한 뒤 시력 검사를 하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배 교수는 “유아의 경우 만 3세 때부터 6개월~1년에 한 번씩 검진을 받고 시력에 맞는 안경을 써야 근시가 가속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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