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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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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고향길 운전 저혈당 오면 ‘위험’밥 먹고 간식 챙겨 떠나야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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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닿는 곳에 혈당측정기 두고

이상 징후 나타나면 즉시 체크

운전 오래하면 혈압 상승 불러

틈틈이 쉬면서 온몸 스트레칭



만성질환자 안심 운전



곧 추석이다. 추석 연휴에는 성묘·벌초·귀성 등 자가운전할 일이 많다. 예상보다 도로가 많이 막혀 운전 시간이 길어지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기 쉽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거나 체력 저하가 심한 고령자는 신체적 부담이 더 심하다. 증상 악화를 예방하고 응급 상황 발생을 막으려면 미리 건강 운전 요령과 대처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장거리 운전은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 혈액순환 장애를 불러 만성질환 관리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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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이 있는 최모(48)씨는 지난해 설에 아찔한 경험을 했다. 혼자서 차를 운전해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길이 막힐까 봐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새벽부터 움직였다. 정체 구간을 빨리 벗어나려고 쉬지 않고 운전했다. 그러다 기운이 쫙 빠지면서 식은땀이 나고 심한 허기를 느꼈다. 그는 “증상을 느낀 순간 아차 싶었다”며 “식사를 못 한 채 운전에만 신경 쓰다 보니 갑작스럽게 저혈당이 왔다”고 했다.

당뇨병 환자는 장거리 운전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저혈당이 올 때 가장 위험하다. 저혈당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필요량보다 모자란 상태다. 대체로 혈당이 70㎎/dL 이하로 떨어지면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다. 저혈당 증상은 단계가 있다. 배고픔이나 어지러움,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이 나타나는 경고 증상과 심한 피로감, 졸음, 두통,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는 위험 단계를 거쳐 말이 어눌해지고 경련이 일다 쓰러지는 응급 상황으로 악화한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는 “설포닐우레아 계열의 약을 먹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 사람은 저혈당 발생 위험이 높은 편”이라며 “운전 중 갑자기 저혈당이 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평소에 저혈당을 빈번하게 겪는 사람은 몸이 그 상태에 적응해 감각이 무뎌진다. 저혈당에 빠져도 아드레날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전조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박 교수는 “몸의 경고 신호 없이 바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며 “저혈당을 부르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당뇨를 앓고 있다면 끼니를 거르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빈속에 운전하면 음식물 섭취량이 부족해 저혈당이 오기 쉽다. 당뇨병 환자는 하루 세끼 정량 식사가 기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정인경 교수는 “명절 연휴엔 예상보다 길이 더 막혀 식사 시간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식사 대용으로 너무 달지 않은 빵이나 우유를 준비해서 먹고 응급 간식을 챙겨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운전 중 저혈당 경고 증상을 느꼈다면 병원에 가려고 운전을 계속하기보다 안전한 곳에 정차하는 편이 낫다. 그런 다음 빨리 흡수돼 혈당을 올리는 오렌지 주스(반 캔), 콜라(반 캔), 요구르트(1개), 사탕(3~4개) 같은 간식을 먹는다. 혈당 측정기를 휴대해 출발 전이나 휴게소에 들렀을 때, 몸에 이상 징후가 있을 때 등 수시로 체크하는 것도 응급 상황을 막는 방법이다.



심혈관 질환 앓으면 혈관 확장 약 준비



장거리 운전은 혈압 조절에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장시간 운전할 땐 평소보다 긴장하고 예민해진다. 교감신경 작용이 활성화하면서 혈압·맥박이 상승한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어 혈액순환도 잘 안 된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주상연 교수는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근육이 피로해지면 근육이 뻣뻣해지고 두통이 생긴다”며 “이때 내분비기관인 부신의 기능이 저하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고혈압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틈틈이 휴게소나 쉼터에 들르고 운전 중엔 창문 열기, 간식 먹기, 어깨·손목·허리 스트레칭 등으로 환기한다.

협심증·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운전 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 가급적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심장 기능에 과부하를 유도해 흉통 같은 불편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응급 상황에 대비해 장거리 운전에 나설 땐 상비약(니트로글리세린)을 소지할 것을 권한다. 혀 밑에 넣어 녹여 먹으면 혈관을 신속히 확장해 심장으로 가는 혈액과 산소량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운전은 인지·감각·신체 기능을 총동원하는 활동이다. 고령자는 특별한 질병이 없더라도 노화로 이런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다. 정 교수는 “고령자는 시력 저하나 눈 질환으로 운전 중 시야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며 “돌발 상황이 닥쳤을 때 자극에 반응하는 속도 역시 젊은 사람에 비해 느릴 수 있어 안전운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눈이 침침하거나 백내장·녹내장 같은 눈 질환이 있다면 야간 운전은 피한다. 차선 변경이나 교차로 진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좌석을 높여 앉고 전면 유리와 사이드미러를 깨끗하게 닦아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한다.



고령자는 좌석 높이고 차내 소음 차단



차 안 소음도 안전운전을 방해한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밖에서 나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음악을 크게 틀거나 에어컨을 세게 가동하는 등 불필요한 실내 소음을 만들지 않는다. 크고 넓은 후방 거울을 설치하는 것도 유용하다. 차량 뒤쪽 상황을 좀 더 쉽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비게이션과 전방을 모두 주시하기 어려우니 미리 이동 경로를 파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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