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홍콩 시위' 지시에 초치·항의 서한 등 강력 조치
리투아니아인들이 만든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인간 띠 |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관련해 리투아니아 정부가 중국 대사에게 '선을 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리나스 린케비치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최근 리투아니아 주재 선즈페이 중국 대사를 초치하고 그의 행동에 관련해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외교 문서를 그에게 전달했다.
리투아니아 정부가 문제 삼은 선 대사의 행동은 지난달 23일 수도 빌뉴스에서 개최된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지지 집회에서 나왔다.
당시 수백 명의 리투아니아인은 홍콩에서 벌어진 '홍콩의 길' 시위에 연대해 인간 띠를 만드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 주민 200만 명은 1989년 8월 23일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며 총연장 600㎞의 인간 띠 '발트의 길'을 만들었는데, 지난달 23일 홍콩인 21만 명은 이것을 본떠 60㎞의 '홍콩의 길'을 만들었다.
리투아니아인들의 인간 띠는 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지지의 뜻을 나타내고자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시위 현장에는 친중국 시위대가 나타나 인간 띠 시위를 방해하면서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더구나 선즈페이 대사 등 중국 외교관들은 당시 시위 현장에서 이들 친중국 시위대의 인간 띠 시위 방해를 지시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리투아니아 외교부는 선즈페이 대사에게 전달한 외교 문서에서 "우리는 중국 대사관 직원들이 당시 중국인들이 한 불법 행동에 관여했다는 것에 대해 개탄하고 반대한다"며 이러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린케비치우스 외무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외교관들은 외교관들이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며 "그들은 시위를 지켜볼 수는 있지만, 시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관은 공공질서를 방해하고 리투아니아 법에 어긋나는 이러한 행동이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시 인간 띠 시위를 방해했던 중국인 2명은 공공질서 방해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ssah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