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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세계체제론' 월러스틴 별세…"자본주의 강력 비판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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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국가보다 세계체제 분석을 중시

사회주의를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 인식

"체제 변혁 가능성은 50대 50" 주장하기도

중앙일보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 미국 예일대 석좌교수가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 예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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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미국 마르크스주의 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 미국 예일대 석좌교수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별세했다. 88세. 외신은 “자본주의의 가장 강력한 비판론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1974년 『근대세계체제 I』을 발간한 이후 20여년간세계체제론을 체계화했다. 개별 국가가 아니라 세계체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중심부와 주변부의 비대칭적인 상호관계 분석이 단위국가 내부의 분석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체제론은 사회학은 물론 국제정치학계의 중요한 분석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원래 사회주의 체제는 없었다'고 할 만큼 사회주의 체제를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 봤던 건 그의 '선견지명'이었다. 월러스틴의세계체제론이 소련 붕괴 이후 더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유다.

2003년에 쓴 『미국 패권의 몰락』에선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의 헤게모니 하강은 지속적으로진행됐다며 미국 쇠퇴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7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지식의 불확실성』에서는 과학적 탐구가 반드시 과학적 객관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며 지식에 대한 급진적 회의론을 주장했다.

월러스틴은 지난 7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마지막 논평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21년에 걸친 논평을 마무리한다며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논평의 제목은 “이것은 끝이자 시작이다(This is the end; this is the beginning)’로 언젠가 젊은 세대가 반자본주의 운동을 펼쳐 체제를 변혁시킬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이 글에서 “미래가 더 중요하고 더 흥미롭지만 예측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근대 세계 체제의 구조적 위기 때문에,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68 체제’ 운동을 일으킨 세력에 의한 변혁운동이 관철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고, 어떤 형태로 새로운 운동이 전개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결정적인 투쟁은 계급투쟁이고, 체제변혁이 일어날 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193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월러스틴은 50년대에 컬럼비아대 사회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68년 학생운동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컬럼비아대를 나왔다. 76~99년 뉴욕 주립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근대세계체제 I』이 호평받으면서 75년 미국 사회학회의 소로킨상을 받았으며 세계사회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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