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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옻칠·입사… 기법 독특한 한국 공예, 美서 가르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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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자 몽고메리칼리지 명예교수, '한국 금속 미술' 미국서 펴내

"匠人 찾아다니며 전통 기법 익혀… 이젠 실용성 있는 작품 만들 것"

"미국에 가보니 사람들이 일본이라면 껌뻑 죽으면서 한국은 전쟁 말고는 잘 모르더군요. 한국 금속공예를 세계에 알리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2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홍자(80)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금속미술과 명예교수가 말했다. 김 교수는 이 학교에서 1972년부터 2014년까지 42년 동안 금속공예를 가르쳤다.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박물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조선일보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홍자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명예교수가 저서 '한국 금속 미술'을 펼쳐 보이고 있다. "한국 금속 공예를 영어권을 비롯한 세계에 알리기 위해쓴 책"이라고 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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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저서 '한국 금속 미술(Korean Metal Art)'을 미국에서 펴냈다. 천마총 금제 관모(冠帽) 같은 국보급 문화재부터 현대 작품까지 아우르며 한국 금속공예 기법을 망라한 책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한국 금속 미술'은 작품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대신 기법별로 소개하며 전통 장인들의 제작 방식, 이를 응용한 현대 작가들까지 함께 보여주도록 구성했다. 김 교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전통 기법이 생명력을 이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어 책이지만 입사(入絲·금속 표면을 은사로 장식하는 기법)는 'Ipsa', 옻칠은 'Ottchil'처럼 한글 발음의 영어식 표기도 함께 썼다.

마지막 장에서 한국 혼례 문화를 소개하면서 주요 예물인 수저를 별도로 조명한 점도 독특하다. 김 교수는 "일본·중국에서도 젓가락을 쓰지만 금속제 숟가락까지 포함한 '수저'를 일상적으로 쓰는 건 한국뿐"이라고 했다. 고려시대부터 주로 놋쇠로 만들었던 수저가 6·25를 거치며 스테인리스로 바뀌고, 둥근 곡선이었던 숟가락 손잡이가 점차 평평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61년 이화여대 4학년 때 도미(渡美)한 김 교수의 영어 이름은 코멜리아(Komelia). "'코리아'와 '아메리카'를 합쳐서 지었다"고 한다. 한국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고 작품에서도 한국 색채를 추구했으나 미국에서 한국 공예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풀브라이트 교환 교수로 3차례 한국에 왔던 일이 계기가 됐다.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금부(금을 고온으로 녹여 붙임)와 쪼음입사(금속 표면을 쪼아 문양을 내고 금·은을 눌러 붙임) 같은 전통 기법들을 익혔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8개월간 연구한 뒤에는 자비로 1년간 한국에 머물며 자료를 수집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미국 보스턴박물관 등 박물관 13곳을 찾아다니며 유물을 조사하고 현대 작가 113명의 작품 200여 점도 소개했다.

자연과 인간을 모티브로 하는 김 교수의 작품은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한 인간미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요즘 자주 만드는 건 유골함이다. 추상적으로 빚은 인체의 형상에 금부·옻칠 같은 기법으로 장식해 조각상 같기도 하다. "이제 나이도 나이지만… 실용성 없이 바라만 보는 공예 작품은 의미가 없으니까요."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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