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측 변호사 “사건, 여자의 기구한 인생 관련 돼”
여성 피해자론 강조하지만 아직까지 울림 없어…여성단체들 특별한 언급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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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이 법정에서 ‘여성 피해론’을 펴고 있다. 남성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여성이란 점을 강조하며 형량 낮추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잔혹한 살인 사건을 ‘젠더 갈등’으로 프레임을 옮기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현재까지 여성단체에서는 고유정 사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며, ‘여성우월’을 표방하는 극단적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인 워마드에서만 간간히 고유정을 옹호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고유정 측의 변호인인 남윤국 변호사는 지난달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회적 스톡홀롬 신드롬’을 언급하며 “고유정 사건이 여자의 기구한 인생과 관련이 돼 있다”고 말 한 바 있다. 사회적 스톡홀름 신드롬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심리학자 디 그레이엄 신시내티 대학 교수가 제안한 것으로 이 개념은 1990년대 출간된 책 ‘살아남기 위한 사랑(Loving to Survive)’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여자는 인질이다’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번역돼 출간됐다. 그레이엄 교수는 책에서 여자가 처한 상황을 인질에 비유하면서 여자는 남성 폭력의 위협에서 탈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남자에게 유대감을 느끼고 남자의 시각을 받아들인다고 주장한다. 고유정이 현 남편과의 관계에서 매우 순종적이었으며 현 남편과의 결혼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 남편을 살해했다는 내용의 경찰 발표와도 맞닿아 있다. 남 변호사는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왜 이 여자는 그런 선택을 했고 어떤 심리상태였던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유정은 8월 12일 열린 1차 공판을 앞두고 현 남편을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고유정은 고소장에서 “현 남편이 폭력적인 성향이 있고, 화가 나면 제어가 힘든 현 남편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의 현 남편은 지난 4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대응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열린 2차공판에서 고유정은 현 남편의 전 부인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고유정의 변호인은 재판정에서 “현 남편이 과거 고유정과 결혼할 때 전처가 사고사로 사별했었다고 말했었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현 남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범행 심리상태를 소명하려면 전처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경위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유정 측이 공판과정에서 ‘여성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울림은 없는 상태다. 여성단체들은 고유정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유정 사건은 뉴스로만 접할 뿐 사건 상황을 자세히 모른다”며 “현재로서는 고유정에 대한 언급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극단적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인 워마드에서는 고유정 살인서건을 “대인의 거사”로 언급하며, 고유정을 옹호하고 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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