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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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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흔한남매’가 만화로…서점가 돌풍,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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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요즘 초등학생들은 웃음에 굶주린 것 같아. 배꼽 빠지도록 웃기게 만들어 볼까?”

지난해 가을 유튜브 채널 ‘흔한남매’가 박현미 미래엔 출판사업본부장의 눈에 들어왔다. 크리에이터 정다운·한으뜸 씨가 초등학생 남매의 일상을 연기하는 코믹 채널이었다. 학습 만화를 주로 만들어온 박 본부장과 박소영 만화콘텐츠개발팀장은 “어떠한 학습적 요소도 없이 순수하게 웃긴 책을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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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핵폭탄 급 성공. ‘흔한남매’(아이세움·1만1000원) 1권은 출간 11주 만에 16만 부가 팔렸다. 2권은 예약 판매만으로 8월 넷째 주 예스24, 인터파크, 영풍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남매가 동시에 서로의 볼을 꼬집은 채 “네가 먼저 놓으라”며 신경전을 벌이거나 “싫으면 시집가라”며 말다툼하는 일화를 담았다.

4일 서울 강남구 미래엔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본부장은 “계약 당시에도 흔한남매의 구독자수는 80만 여 명에 이르렀다. 기본 팬덤에 만화라는 형식과 코믹 요소가 더해져 시너지를 낸 것 같다. 특히 만화로 펴낸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자평했다.

“유튜브를 다룬 책은 흔하지만 만화로 펴낸 건 ‘흔한남매’가 처음이에요. 대부분 크리에이터와 채널 내용에 초점을 맞추죠. 티격태격하는 남매 이야기는 만화가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책에서는 (유튜브처럼) 어린이를 연기하는 어른이 아닌, 진짜 초등학생 캐릭터를 내세워 몰입을 높였습니다.”

‘와이(Why)’, ‘내일은 실험왕’, ‘마법 천자문’…. 한국은 학습만화의 요람이자 천국이다. 한국에서 학습만화 장르가 싹텄고 출간도 활발하다. 요즘에는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이나 ‘Go Go 카카오프렌즈’처럼 캐릭터와 결합한 형태가 흐름을 주도한다.

박 본부장은 학습만화 시장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웠다. 오롯이 초등학생을 위한 만화책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아했다. 그 옛날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과 꺼벙이 시리즈 같은 책이 머릿속을 스쳤다. 때마침 만난 ‘흔한남매’가 운명처럼 느껴졌다.

“‘흔한남매’는 영상이 드라마처럼 기승전결이 분명했어요. 하나의 영상을 만화 에피소드로 뽑을 수 있겠다 싶었죠. 특히 90년대 개그적인 요소가 매력적이었어요. 실제 아이가 만화책 보는 걸 말리려다가 같이 보게 됐다는 부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영상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캐릭터를 만들고, 에피소드를 추리고, 초등학생 감정을 고려해 이야기를 다듬었다. 흔한남매, 글 작가(백난도), 그림 작가(유난희)가 영상을 돌려보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박 본부장은 “몸동작이나 유행어가 지나치게 많은 영상은 만화로 옮기면 밋밋했다. 만화에 맞는 연출에 특히 공을 들였다”며 “조석 작가의 웹툰이 좋은 본보기가 됐다”고 했다.

출간 직전까지 유튜브 채널의 팬들이 마음에 걸렸다. 책이 유튜브에 못 미쳐 혹여 동심에 실망을 안길까 걱정됐다. 다행히 유튜브와 별개로 책에 대한 팬덤이 싹트며 순항하고 있다. 책을 통해 ‘흔한남매’를 구독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뭣보다 흔한남매 당사자들이 책을 좋아해주셔서 기뻐요. 내년에 세 권을 더 펴내고 글 중심의 책도 출간할 예정입니다. 채널과 책이 서로 밀고 끌어주는 모델을 꿈꿉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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