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군인들이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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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이 가결된 지 10일 가까이 지났지만 국정 혼란은 악화 일로다.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 계엄 사태에 따른 내란 혐의 수사와 탄핵 심판 절차에 일절 응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끌고 있고 여야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공포, 헌법재판관 3인 임명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있다. 이러다 국정이 아예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여야는 내년 조기 대선 유불리를 저울질하며 정국 주도권 잡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두 개의 특검법에 대한 공포 여부를 연말로 미룬 가운데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24일까지 공포하지 않으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거부권을 막기 위해 계엄 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 장관 5명을 한꺼번에 탄핵하는 방안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탄핵 인질극”이라고 반발하며 한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는 대통령에 준하는 재적 3분의 2(200명)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 권한대행이 국회 몫으로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은 임명할 수 없도록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맞섰다.
여야의 이런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겁박, 꼼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국회와 선관위를 유린하려 했던 구체적인 계엄 모의 과정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 소환, 헌재의 탄핵 절차에 불응하는 등 무책임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광장의 극우 세력에 기대 반전을 꾀하려는 듯 부정선거 선동의 메시지까지 내놓았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회라도 혼란스러운 정국 수습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국정이 마비되든 말든 ‘국무위원 연쇄 탄핵’ ‘헌재 심판 지연’ 등 권력 쟁투만 벌이고 있다.
조속한 정국 안정을 위한 방안은 내란죄 수사와 탄핵 심판이 객관적이고 합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밖엔 없을 것이다. 내란죄에 대한 수사는 검찰, 경찰, 공수처로 나뉘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며 부실과 혼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기관이 대통령 내란 혐의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도 크다. 명태균 게이트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도 더 커진 상황이다. 위헌 요소가 있다면 여야가 조율해 이를 걷어내고 조속히 특검을 출범시켜야 계엄 사태의 진상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김 여사 의혹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파면 여부를 정하는 중차대한 재판에 조금의 흠결도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9명의 헌법재판관이 모두 참여하는 ‘완전체’에서 결정해야 한다. 현재의 ‘6인 체제’에서 결론을 내리면 어떤 결론이 나오든 누가 쉽게 수긍하겠는가. 여당이 더 이상 딴지를 걸어선 안 된다. ‘계엄국난’과 탄핵 정국을 넘어서려면 한 권한대행과 여야의 정치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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