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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5세대 이동통신

5G 보러 갔다가 판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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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발로 쓰는 IT-5] 지난 3일 화웨이가 중국 청두시에서 '화웨이 이노베이션 데이'를 개최했습니다. 화웨이 기술의 유즈케이스(실사용 사례)를 발표하고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는 행사입니다. 단연 올해 주제는 5G였지요. 5G 버스, 원격 의료 등 흥미로운 서비스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판다 서식지 견학!' 도대체 5G와 판다가 무슨 관계일까? 궁금증을 갖고 청두시에 위치한 판다 서식지를 찾았습니다.

매일경제

중국 청두시 판다 연구기지. 판다들이 누워 있다.


판다연구센터 안내원에 따르면 이곳은 1987년 생존이 어려운 판다 6마리를 보호하는 업무로 시작됐습니다. 판다는 번식력이 매우 낮아서 야생 상태에 놔두면 멸종 위기에 처하거든요. 연구센터는 판다 생존율과 번식률 향상을 목표로 판다 서식지 환경 개선, 판다 행태 연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이곳에서 세계 최초로 쌍둥이 판다도 태어나고 시험관 인공 번식에도 성공했습니다. 각고의 노력 결과 현재 이곳에서는 판다 100여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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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기 판다들입니다. AI가 적용되면 아기 판다를 더 많이 볼 수 있겠지요?


5G가 도래한 올해 중국은 이번에는 5G와 AI 기술을 접목해 판다 생태계를 보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5G 기술을 판다 연구에 적용해 데이터 정확성을 높이고 판다를 더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구상이죠. 이를 위해 화웨이는 판다연구센터와 판다 사육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짝짓기 기간 판다 소리를 AI로 감별해 짝짓기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내고 번식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지요. 현재 연구센터에서는 판다의 오줌을 이용해서 호르몬의 경과를 판단해 짝짓기 타이밍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판다 소리도 활용하면 짝짓기 타이밍을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고 판다 사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이미 판다 연구소에는 2000여 개 판다 짝짓기 데이터가 있는데 화웨이는 기존 데이터에 AI 기술을 접목해 임신율을 더 높이고 판다를 감별할 수 있는 앱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청두에 깔린 5G 도로

청두에는 5G 도로가 있습니다. 청두 시내를 감싸는 제2순환도로입니다. 28㎞ 길이의 제2순환도로에는 500m 간격으로 5G 기지국이 설치돼 있습니다. 화웨이와 청두시가 5G 도로를 구축했습니다. 이 도로에는 중국통신사 차이나텔레콤이 제작한 5G 버스가 달립니다. 소형 버스를 개조한 형태로, 그 안에 VR, 스트리밍 게임, 8K 영상 등 5G 서비스를 잔뜩 넣어놨습니다. 일종의 움직이는 '전시관'이죠.

5G 버스는 말그대로 작은 '5G 클러스터'였습니다. 매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 박람회 MWC에 가 본 분들이라면 꼭 한 번은 볼 법한 모든 서비스(VR, 8K영상 등)가 다 있습니다. 시속 50㎞로 달리는데도 속도가 짱짱해요. 국내 평균 LTE 속도가 140Mbps 정도입니다. 우리가 쓰는 모바일 속도의 10배 이상 속도지요. 이 정도 속도면 2기가짜리 영화를 2~3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대형 디스플레이에 또렷하게 잡히는 8K 영상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왼쪽 화면은 스트리밍 게임이 장식했습니다. 5G망에서는 4K보다 4배 높은 화질을 자랑하는 8K를 실시간 전송할 수 있습니다. 50기가 넘는 대용량 PC게임을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아직 중국은 5G를 본격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5G를 상용화했지만 중국은 아직 5G가 시범 서비스 단계예요. 이르면 10월, 늦으면 내년에 본격적으로 5G를 상용화할 계획이지요. 현재는 청두, 베이징 등 일부 도시에서만 시범 서비스하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일종의 '베타테스트' 상태인데도 이렇게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미리 실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계획성과 기술력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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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버스 내부. 가운데 화면이 도로 상황입니다. 파란색 선이 5G가 터지는 구역입니다. 도로를 따라 5G 신호가 잡힙니다.


◆한국 규제 막힌 사이 원격의료도 훨훨

중국은 의료서비스에 5G를 도입해 의료 혁신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중국 청두시 제3인민병원은 원격의료 시스템을 실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5G망을 적용해 200㎞ 떨어진 쓰촨성의 한 중소 병원에서도 이곳으로 초음파 영상을 실시간 전송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와 화웨이, 차이나유니콤이 손잡고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쓰촨성 병원에서 의사들은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 상급 병원인 인민병원 의사들과 협진을 합니다. 인민병원 의사들은 영상을 보면서 영상으로 쓰촨성 병원 의사들과 진료에 대해 논의합니다.

"숙련의가 부족한 소도시에서도 5G 원격의료로 경험 많은 의사들에게 진찰을 받을 수 있어 환자들 반응이 좋다. 의료계에 5G 확산이 기대된다."(저우훙 인민병원 의사)

이뿐 아닙니다. 화웨이와 청두 인민병원은 원격의료 로봇 시스템도 도입해 시범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약 1700㎞ 떨어진 선전 R&D센터와 인민병원을 5G로 연결했습니다. 인민병원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듯 초음파 기기를 움직이면 그 움직임대로 선전에 있는 초음파 기기가 움직입니다. 선전에서 환자가 기기에 누워 있으면 청두 의사가 영상을 보면서 기기를 움직이면서 진단을 하는 식입니다. "초음파 영상은 선명한 해상도가 필수인데, 5G는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할 수 있어서 1000㎞ 떨어진 곳에서도 진료가 가능하다." 화웨이는 앰뷸런스에 5G를 접목해 원격 수술을 하는 의료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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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병원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듯 초음파 기기를 움직이면 그 움직임대로 선전에 있는 초음파 기기가 움직입니다. 의사는 영상을 보면서 1700㎞ 떨어진 선전에 있는 환자를 진료합니다.


세계적인 IT 인프라를 갖추고도 의사·약사의 반대로 원격의료를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과 정반대입니다. 최근에는 복지부와 전라북도가 원격 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지역 사회 반발과 의료단체 반대로 시작도 못하고 보류된 바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이웨이' 외치는 화웨이

AI 판다 연구나 5G 버스, 원격의료까지…. 화웨이는 의료·환경·교통 등 사회 전 분야에서 AI 혁신 사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청두에서 화웨이가 개최한 '화웨이 이노베이션 데이'는 화웨이의 자신감을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점점 조여오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는 자리였죠. 윌리엄 쉬 화웨이 전략연구소 사장은 "중국의 5G 혁신은 방사 효과를 발휘해 다른 국가에도 5G 혁신을 이끈다"며 화웨이발 혁명에 동참하자고 호소했습니다.

마침 행사가 열린 날 외신에서는 화웨이 전략 스마트폰 '메이트30'이 구글 지도, 유튜브 등 구글 소프트웨어 없이 독일에 출시된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미국이 화웨이를 거래 제한 대상 기업으로 지정한 후 나온 첫 가시적 변화였습니다. 유튜브 없는 스마트폰이 경쟁력 있을까. 파죽지세인 화웨이의 기세도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죠.

외신 기자들은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한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윌리엄 쉬 사장은 "우리는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오히려 5G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반기 매출(4013억위안)이 전년대비 23% 늘었고, 새로운 5G 계약만 50건에 달한다는 겁니다. 쉬 사장은 "그만큼 고객사들이 화웨이 제품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백도어) 보안 위협은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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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화웨이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윌리엄 쉬 사장이 "화웨이는 10년 전부터 5G를 준비했다"며 5G 선두 플레이어임을 강조했습니다.


"ICT 산업은 협력과 공생이 중요하다.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은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없다. 협력하고 공생해야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갖출 수 있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화웨이와 전선에 동참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청두의 메시지가 각국 정부, 외국 IT기업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화웨이의 자신감이 상당한 '실력'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30년 전부터 칩셋을 연구해 현재 자체 개발한 칩셋이 3개나 되고, 수학자 700명이 화웨이에 근무할 정도로 수학, 물리, 소재, 화학 등 기초과학 연구에도 매진해 원천기술도 상당히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전 세계 대학과 협력을 강화해 원천기술 확보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중 갈등 파고 속에서도 '거인'이 진격하고 있습니다.

[이선희 모바일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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