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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관크, 갑론을박···결국 '배려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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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대학로 연극(※ 기사 본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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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충격 받았음. 누가 뮤지컬 보러 오는데 조리(플리플랍)를 신고 와!"

"조리를 신던 킬힐을 신던, 노브라로 가던 뭔 상관이세요. 그거 관크 아니고 남의 옷차림 이래라저래라하는 사람이 무례한 것."

공연계에 '관크'가 신조어로 통한 지 5년이 지났건만 수위를 두고 소셜 미디어 등에서는 여전히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을 줄인 것으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최근 한 배우가 관크 관련 논쟁에 불씨를 재점화화면서 관크 수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크게 회자됐다. 소극장에서 자신을 포함한 배우 일행에 대한 관크 논란이 일자 "몇몇 관객 분들의 그릇된 주인의식과 편협하고 강압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변질된 공연관람 문화"라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클래식음악계 청중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관크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 못하는 수위가 있다. 대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연 중에 신발을 벗고 있는 청중, 반짝이는 신발을 신고 있는 어린이, 상반신을 숙여 공연을 보는 청중 등이다.

2013년 8월 서울시향이 말러 교향곡 9번을 실황 녹음할 당시 객석에서 휴대전화 착신음으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울려퍼진 뒤 이후 온라인에서 말러 9번 1악장이 '벚꽃엔딩 협주곡'으로 통한 사례 등이 관크 주의문 등에 포함된다.

그런데 순수 공연예술 장르보다 대중적으로 여겨지는 연극, 뮤지컬에서는 누가 봐도 심한 행위를 제외하고 관크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

최근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시각 차이는 마니아와 일반 관객 차이다. 마니아는 공연을 여러 번 보는 '회전문 관객'이다. 그들은 공부하듯 관람한다.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샅샅이 훑어본다.

이런 마니아들 옆에서 TV드라마 보듯 속삭이며 관람하는 관객들은 심한 관크다. 특히 소극장에서는 아무리 작게 말해도, 소음처럼 웅웅거린다. 귀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논쟁이 생긴다. 뮤지컬, 연극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대중화된 장르가 아니다. 공연계 큰손인 마니아들 위주로 돌아간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연이라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시간과 돈을 들려 자신이 아끼는 공연과 배우가 잘 됐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을 매 회차에 쏟아 붓는다.

그래서 머글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머글은 소설 '해리포터'에 나온 용어로, 마법사가 아닌 마법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총칭한다. 뮤지컬, 연극계에서는 공연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관객을 가리킨다.

그런데 시장이 커지면서 일반 관객들에게 문턱을 낮춰야 한다. 한정된 관객 층으로는 산업화하기 힘들다. 일반 관객들에게 마니아들처럼 '시체관극', 즉 죽은 듯 미동하지 않고 공연을 관람하는 에티켓을 요구할 수 없다.

또 오랜만에 공연장 나들이를 온 어르신들이 당 충천을 위해 군것질하시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1주일에 2, 3번씩 공연을 꼭 챙겨보는 마니아 관객은 "평소 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 예민한데, 옆 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양갱을 조심스레 까서 주셔서 먹은 적이 있다"면서 "함부로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관객까지 마니아들은 용인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사례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넘버 '지금 이 순간'. 이 노래가 TV에 많이 나오다 보니, 뮤지컬을 보지 않는 이들까지 알고 있는데 여자친구와 함께 '지킬앤하이드'를 보러 온 뮤지컬 입문자 남성 관객이 이 노래를 배우와 같이 흥얼거리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는 증언을 여러번 들었다.

대형 뮤지컬의 경우 관람을 방해하는 이가 주변에 있다면, 공연장 안내원에게 말해 대신 주의를 주게 하면 된다. 하지만 작은 움직임에도 방해가 되는 소극장에서는 이조차 불가능하다. 휴대폰이나 스마트워치의 불빛으로 관크를 하는 '폰딧불'(휴대폰+반딧불이)은 일반 관객은 항상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소극장 마니아 관객에게는 치명타다.

최근에는 객석에 관람객으로 앉은 배우들의 관크도 문제가 된다. 무대 위에 오르는 배우들의 지인이 상당수다. 이들은 아는 사람이 무대 위에 선다고 사소한 장면에서 크게 웃고, 무대 위 작은 상황에도 크게 반응하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피드백인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주변 관객들에게는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은 배려의 문제다. 마니아는 공연 시장이 커져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일반 관객에게 문을 열고, 일반 관객은 다른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덜 방해가 되도록 공연 관람 문화를 숙지해야 한다. 배우 관객은 동료, 선후배뿐 아니라 자신들의 공연을 언제가 봐 줄 일반 관객을 배려해야 한다. 공연계 관계자는 "서로 조금씩 배려해야 좋은 추억을 나눌 수 있다"면서 "결국 공연은 '함께' 봐서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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