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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데미 무어가 ‘알몸’으로 찍은 이 영화, 칸에서 박수가 터졌다 [2024 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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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칸영화제] 데미 무어 주연 ‘The Substance’


프랑스 칸영화제는 세계 영화의 가장 뜨거운 현장이자 지금 이 순간 세계인이 열광하는 시네마의 준거점입니다. 제77회 칸영화제 현지에서 칸 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 부문(In Competition)’ 진출작과 관련한 소식을 빠르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초반 도입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과 영혼’, ‘지 아이 제인’의 배우 데미 무어는 대표작을 갈아치울 수 있을까요. 꾸준히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녀가 2000년대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을 관객에게 각인시키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1962년생으로 올해 나이 62세. 하지만 ‘왕년의 스타’란 수식어는 이제 데미 무어에게 더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신작 영화 ‘The Substance’의 주연을 맡은 그녀가 현재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았기 때문입니다. 19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데미 무어가 ‘올 누드 나체’를 감행하면서까지 열연해 큰 박수를 받은 영화 ‘The Substance’를 현장에서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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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Substance’로 올해 제77회 칸영화제에 진출한 배우 데미 무어. 그녀는 19일(현지시각) 자신의 강아지의 함께 칸을 찾은 외신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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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물 간 스타’ 엘리자베스 스파클의 이야기입니다. 오래전 할리우드에 입성했던 그녀에게, 이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옛 기억일 뿐입니다. 벌써 20여 년이 지났고, 그녀 이름이 새겨졌던 영예의 동판은 이제 사람들에게 관광객들에게 기억조차 되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그녀가 ‘연예계 퇴출 1순위 연예인’으로 전락한 겁니다.

나이 든 그녀는 하루하루 노화에 저항하려 힘쓰지만 시간이란 늘 만인에게 공평한 법이지요. 그녀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에어로빅 프로그램 ‘스파클 유어 라이프’ 진행자로 일하면서, 벼랑 끝으로 떨어지기 직전인 자신의 명성을 겨우 유지합니다. 하지만 소속사 사장은 그런 그녀를 대체할 ‘어리고 예쁜’ 대체 스타를 원합니다. 여기서 밀려나면 진짜로 ‘퇴물’이 되리란 두려움이 그녀의 마음을 엄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큰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퇴원길에 한 남성 간호사가 USB 하나를 줍니다. 열어보니 파일 속 내용은 이랬습니다. ‘첫째, ‘더 서브스탄스’라는 신물질을 단 한 번만 몸 안에 주입하면 ‘어리고 예뻐진’ 또 다른 자아를 만나게 될 것이다. 둘째,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으니 ‘새로운 존재’와 각 7일씩 서로 돌아가며 삶을 공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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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무어가 영화 ‘The Substance’에서 열연한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한 번의 투약만으로 ‘어리고 예뻐진’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칸영화제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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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진 엉덩이와 가슴, 그리고 늘어진 피부 때문에 자기 육체를 수치스럽게 여기던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더 서브스탄스’ 사무실로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전해받은 액체형 약물을 팔뚝 혈관에 투약하지요.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던 그 순간, 놀랍게도 새로운 존재, 즉 완벽하게 젊어진 몸의 또 다른 자신이 나타납니다. (새로운 자아의 등장 신은 영화에서 매끄럽게 진행되지만, 강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새로운 존재는 자신의 이름을 ‘수(Sue)’로 지칭합니다.

둘은 같은 한 명입니다. 그러나 결코 ‘한 명’이 아니지요. 엘리자베스 스파클과 그녀의 또 다른 자아인 수는 서로 딴생각을 품습니다.

수는 흉한 ‘사람 가죽’에 불과한, 그리고 자꾸만 걸리적거리는 엘리자베스 스파클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려 하고,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자신(수)의 미모를 위해 자신(엘리자베스 스파클)의 노화를 더 빠르게 촉진하려 욕심을 부리는 수를 증오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명백하게도, 자신(엘리자베스 스파클)이 증오하고 경멸하는 상대(수)는 결국 자기 자신의 이중적인 자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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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Substance’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19일(현지시각)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데미 무어(오른쪽)와 마거릿 퀄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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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엘리자베스 스파클이 오래 진행했던 헬스 프로그램의 신규 진행자 모집 오디션에서 수가 ‘1등’으로 뽑혀 프로그램을 꿰차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수는 세계 최정상급 스타로 도약합니다.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수가 스타로 성장하는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가 영화 초반부로, 최종 결말에 이르러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유혈의 살육전이 이어진다는 점까지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정말 심각할 정도의 충격적인 장면이 담긴 결말이어서, 과연 한국 개봉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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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각)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팔레 데 페스티벌 건물에서 영화 ‘The Substance’ 관람 입장위해 대기중인 관객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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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Substance’의 티켓.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드뷔시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이날 상영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상영 중에는 두 번의 큰 박수가 터졌습니다.


더 젊어진 자신을 만나게 되는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영화 ‘The Substance’는 칸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19일(현지시각) 상영 중에 두 번의 박수가 터졌고 그 중 한 번은 ‘민머리(대머리)’ 노인으로 분장한 된 데미 무어의 장면은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자연법칙인 ‘나이 듦’에 반감을 품으면서 젊은 시절의 ‘나’를 그리워하는 인간 보편적 욕망에 강하게 질문하면서, 젊고 어리고 예쁜 여성의 육체만을 옹호하는 사회 현실에 대한 맹렬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간에 일어나는 관객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다음 전개가 궁금해지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파클의 ‘젊은 신체’인 수 배역은 마거릿 퀄리가 맡았습니다. 영화는 노출 정도와 폭력성이 매우 높은데, 두 배우는 신체의 대비를 위해 ‘전신 올 누드’로 연기했습니다. 헤어 누드(음모가 드러나는 노출)까지 전부 나옵니다. 그러나 그것이 외설적이고 선정적이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시들고 마는 인간 육체에 대한 회한과 탄식’으로 읽힌다는 점은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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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Substance’에서 소속사 사장 역을 맡은 배우 데니스 퀘이드,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코랄리 파지트 감독, 수 역을 맡은 마거릿 퀄리, 엘리자베스 스파클 역을 맡은 데미 무어. [AFP·연합뉴스]


영화 각본은 이 영화를 연출한 코랄리 파지트 감독이 직접 썼습니다. 프랑스 국적인 코랄리 파지트 감독은 1976년생으로, 2017년 데뷔작인 ‘리벤지’로 유명한 여성 감독입니다. 이미 환갑이 넘은 데미 무어는 이번 작품으로 자신의 연기 인생을 다시 쓸 각오를 했음이 분명합니다.

영화 ‘The Substance’는 2024년 제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 부문의 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관객들은 특히 배우 데미 무어의 여우주연상 수상 여부를 궁금해 할 만합니다. 수상 결과는 25일(현지시각) 칸영화제 폐막식 현장에서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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