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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오래된 아파트 사세요? 보험특약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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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된지 17년된 아파트에 사는 윤모씨(55)는 최근 누수로 아랫집 벽지가 파손돼 예상치 못한 공사비와 배상금을 지출하게 됐다. 원인을 찾느라 마루를 모두 뜯어 공사비가 약 700만원 들었고, 아랫집 벽지도 모두 손봐주느라 꽤 큰 돈을 쓰게 됐다. 윤모씨는 보험설계사로부터 일상생활 배상책임 특약에 가입했다면 모두 보험처리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결국은 자비로 비용을 전부 부담했다. 보험에 가입할 때 한 달에 1000원가량을 아끼겠다며 특약을 제외했던 탓이다.

노후주택이 늘면서 누수 등의 문제로 아랫집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아파트 공동관리시설 내 누수가 아닌 주택 내 누수로 아랫집에 피해를 준 경우 윗집이 피해를 모두 배상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노후주택에 입주할 경우, 기존에 가입했던 보험에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이 가입됐는지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고 했다. 특약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편이고, 누수 말고도 적용범위가 넓어 소비자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조선DB


◇2020년 노후주택 수 급증…민원 늘어날 듯

1990년대 이뤄진 대량 주택공급의 영향으로 내년부터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 급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재건축·재개발 진행이 더뎌 노후주택 관련 누수 민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준공 18년 이상 된 주택은 전국 905만가구로 전체 주택(1712만가구)의 52.9%에 달한다. 28~37년 된 주택은 196만가구(11.4%), 38년 이상 주택은 160만가구(9.3%)다. 2020년 이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건산연 관계자는 "멸실을 제외한 최대치를 가정하면 2020년에는 30년 이상된 주택이 410만7000가구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노후주택이 늘면 관련 민원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후주택만 따로 떼 누수 민원을 집계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건축자재업계는 수도관의 수명을 15년 정도로 보고 있다. 재건축이 예정됐거나 재건축을 기대하는 서울 잠원동의 신반포2차·신반포4차·반포주공1단지 등에서는 누수로 인한 민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노후 아파트에 사는 하모씨(34)는 "작년엔 우리 집이 윗집으로부터 피해를 봤고, 올해는 아랫집에 피해를 줬다"며 "특약 가입이 돼 있었다면 수백만원을 아낄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 가입돼 있는지 점검을

누수는 집을 사고 팔 때 예상하기 힘든 요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럴 때 사용가능한 특약이 바로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이라고 했다. 생각지 못한 사고에 배상을 해줘야 할 때에 잘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만능보험’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후주택의 누수이고 본인이 누군가의 물건을 파손했을 때, 본인의 어린 자녀가 가해자로 다른 아이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에도 보상이 가능하다. 또 본인의 애완견이 다른 사람을 물었을 경우에 대한 손해 배상까지 일상생활 배상책임 특약으로 보험처리를 할 수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은 실비보험이나 화재보험, 운전자보험 등에 가입할 때 특약으로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따로 보험상품이 있는 줄 알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손해보험에 언제든 가져다 붙일 수 있는 특약 형태"라고 했다.

비용은 통상 한 달에 1000원선이다. 배상금액은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100만~500만원 수준이다. 특약으로 가입한 보험이 여러개여도 한 사건에 중복으로 보험처리를 할 수는 없다. 200만원의 손해배상액에 생겼고, 200만원 배상한도의 운전자보험과 실비보험 특약을 가입했다면, 한 곳에서만 배상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1000만원의 배상액이 생겼고, 거주를 함께 하는 가족 3인이 모두 200만원 한도의 일상생활 배상책임 특약에 가입했다면, 총 600만원의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설계사들은 특약을 권유하지만, 가입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 금융소비자정보 포털사이트인 ‘파인’에 들어가면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보험증권 메뉴의 보험가입 내역 조회에서 확인하면 된다.

[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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