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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군대 '훈련의 꽃' 행군… 육군 아닌 공군이 더 오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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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추석 연휴 가족 또는 고향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자녀나 자신의 군대 얘기가 나오곤 한다. 군대의 추억 중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신병 훈련이고 그중에서 가장 난코스로 꼽히는 게 유격과 행군이다.

14일 군에 따르면, 육군은 신병 훈련 중 완전 군장 행군 폐지나 축소 및 훈련 기간 1주 단축을 검토했으나, 결국 이를 유지하는 것으로 최근 결론을 내렸다.

행군은 신병들이 유격과 함께 두려워하는 훈련의 2대 난코스다.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시작하는 체력단련은 행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사전에 체력을 길러두는 단계라도 봐도 무방하다.

힘든 만큼 행군에 관한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지금처럼 물집 방지 패드가 없었던 시절엔 애인에게 스타킹이나 생리대를 보내 달라고 하는 신병도 있었다. 양말 안에 신거나 신발 바닥 등에 붙여 물집을 방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려는 의도다.

고참 병사 중엔 방독면 등 군장에 꾸려야 하는 물품을 슬쩍 빼 무게를 줄이거나, 심지어 총기 부품을 빼놓고 행군에 나서는 ‘대범함’을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군은 행군은 지구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자칫 방심하면 행군 중 사고가 날 수 있다. 특히 시야가 어두운 야간 행군 중엔 ‘10분간 휴식’ 후 방탄헬멧 등 장비를 두고 출발하거나, 발을 헛디뎌 논이나 밭으로 굴러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육군은 신병 훈련에서 행군을 유지하기로 함과 동시에, 훈련 마지막주 막바지에 20㎞ 철야행군 방식으로 실시키로 했다. 강인한 병사 양성을 위해서다.

육군 관계자는 “낮에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거리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30㎞를 걷게 된다”고 밝혔다. 육군은 철야 행군을 마친 뒤 복귀하는 신병들에게 ‘육군 전사 인증식’을 거쳐 군번이 새겨진 인식표를 수여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행군은 육군이 난이도가 가장 높을까. 육·해·공군 신병 훈련만 놓고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다.

육군이 공식적으로 밝힌 철야행군만 거리가 20㎞, 완전군장 무게도 동계 26.69㎏, 하계 22.29㎏으로 3군 중 가장 무겁다. 공군 병사의 경우 18.7㎏의 군장을 매고, 8시간에 걸쳐 17.5㎞를 행군한다. 해군은 19.6㎞의 거리를 단독군장으로 행군한다. 군장 무게는 가볍지만, 해발 654m를 올라야 하기 때문에 쉽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장교들을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육군 장교 배출의 산실인 육군사관학교의 경우 기초군사훈련에서 2주차에 10㎞, 4주차에 20㎞를 행군한다. (육군, 학군과 학사는 자료 요청에 응답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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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은 장교는 19.6㎞로 이에 더해 병사와 마찬가지로 다른 군에는 없는 40시간의 전투수영훈련과 해양성 강화 및 단결력 향상을 위한 바다 수영 교육을 한다.

예상을 뒤엎고 가장 긴 거리를 행군하는 건 공군이다. 공군사관학교는 기초군사훈련 기간에 25㎞, 1학년 하계 군사훈련 3주차에는 30㎞를 행군한다. 다만 군장의 무게는 각각 18.7㎏, 14.4㎏으로 육군보다 가볍다.

공군 학군은 3일에 걸쳐 14.4㎏의 군장을 메고 60㎞를 걷는다.

장교 기본군사훈련기간 중 가장 긴 거리를 걷는 건 공군 학사장교다. 공군 학사 장교는 기본군사훈련 10주차에 3일에 걸쳐 18.7㎏의 군장을 메고 100㎞를 걷는다.

공군 관계자는 “육군을 포함해서, 행군 거리는 공군 학사가 가장 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은 대부분의 작전을 지상에서 수행하지만, 장교 기초군사훈련 중 행군에 있어서만은 ‘강인한 군’을 자랑하기 무색하다.

다만 훈련 거리는 연도 별로 약간씩 차이가 날 수 있다. 장교 후반기 교육이나 자대 배치 후에는 각 부대에 따라 추가적인 훈련이 이뤄질 수도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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