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대통령 발언 부적절" vs 4명 "시기적절"
절반 이상 "전면 개편은 2028 대입에 맞춰야"
'정시 확대, 수시 축소'엔 5대5로 찬반 맞서
학종 개선엔 "수상실적, 봉사 빼고 자소서 폐지"
"노력해도 객관성에 한계, 아예 폐지" 주장도
6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비공개 당정청 회의가 열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투명성 강화 등을 포함한 대입 개선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국 장관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 차원을 넘어 대입 전반을 재검토해달라"(1일 태국 순방 직전)
"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입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살피고, 교육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9일 대국민 담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전후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입 개선과 고교 서열화를 언급하자 교사·학부모는 향후 교육 정책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관심이 큰 대입 개편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선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개편에 집중할 것""결국엔 정시 확대로 갈 것 같다" 등 엇갈린 추측이 돌고 있다. 교사·교원·학부모 단체가 제각각의 해석과 입장을 내놓는 사이 사교육 업체의 주가가 한때 급등하기도 했다.
취재팀은 교사·교육단체 대표 및 정책 담당자, 교육학자·교사·입시전문가 11명에게 향후 바람직한 대입 논의 방식과 개선 방향을 물었다. 11명 중 절반(6명)은 문 대통령의 잇단 교육 관련 발언을 '적절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4명은 '적절했다'고 답했고, 나머지 1명은 답변을 유보했다.
전문가·교사·교육단체 11명에 물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부적절하다'고 답한 6명은 조 장관 딸의 대입 논란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순수성'을 의심받을 만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1년 전 국가교육회의 주도의 공론화로 우여곡절 끝에 대입 논의를 일단 마무리했는데도 다시 논란이 재현됐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특히 1일 '대입 재검토' 발언은 순방 직전 ‘툭’ 던지는 듯 나와 대입의 역사, 예상 반응을 고려하지 않은 즉흥적인 지시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개혁의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속도만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흐를 수 있다. 교육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헤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적절하다'고 답한 4명은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고조된 시기에 맞춰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고 개혁 의지를 밝혔다"(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 "국민이 조 장관 딸의 대입 논란에서 부각된 '특권학교(외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김영식 좋은교사운동 대표)이라고 평가했다. 답변을 유보했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취임 이후 교육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던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밝힌 것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하지만 고교 서열화와 대입의 공정성만을 집중적으로 언급해 교육부가 이 사안에만 매달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전면 개편은 2028 대입" vs "너무 늦어"
답변을 유보한 1명을 제외한 응답자 모두(10명) 향후 대입 개편 논의를 지난해 국가교육회의가 주도한 공론화 방식으로 되풀이하는 것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대입 개편 논의가 혼란 끝에 어정쩡한 결론에 그쳤을 뿐 아니라 전문성도 떨어졌다는 비판이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대입 공론화에 대해 "절차적 민주성은 보였지만 교육 전문성은 떨어져 판단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다시 진행해도 지난해의 결론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도 "대입처럼 찬반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사안에 합의를 강조하는 공론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 등이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입을 대폭 손질한다면 언제가 적절한지를 묻자 절반 이상(7명)이 2028학년도 대입이라고 답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도입을 준비 중이다. 2028 대입은 2025년 고교를 입학하는 학생(현 중1)의 첫 입시다. 2028 대입이라고 꼽은 전문가들은 “대입 개편은 고교 체제 개선과 맞물려야 가는 게 합리적"(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제도가 자주 바뀌면 수험생·학부모 부담도 커지기 마련이니 당분간 유지하자”(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이란 주장이었다.
2028 대입은 너무 늦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열 한국교육학회장(경남대 교수, 전 교육과정평가원장)은 “2028 대입에 제도 개편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 전에라도 어느 정도의 개편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의 정착 여부를 확신 못 하는 상황에서 이를 전제로 2028 개편을 말하는 건 어리석다”(이종배 대표)는 지적도 나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일제 식민지 피해 실태와 과제' 심포지엄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입 정시 확대 여부를 묻자 응답자들은 절반으로 갈렸다. 설문에 응한 11명 중 5명은 30% 이내를, 5명은 30%보다 더 늘릴 것을 주장했다. 교육부는 2022 대입까지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린다는 입장이다. 사견을 전제로 설문에 응한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은 "20세기식 낡은 평가인 수능은 최소한의 학력 검증만 하도록 하고, 학종이 입시의 주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수시에 대한 불신을 지적했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학생·학부모가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현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정시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점 모두 고려해 50대50(정시:수시)의 타협점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개선 방향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당과 정부·청와대는 6일 학종 개선에 집중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학종의 개선 방향을 묻자 응답자 상당수는 '스펙 경쟁'을 유발하는 요소를 줄이거나 폐지하자고 입을 모았다. "사교육과 학부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수상실적, 자기소개서와 자율동아리 활동을 제외하자"(구본창 정책국장), "학교 밖 독서·봉사 활동을 학생부 기재를 금지하고, 교과활동 등에 대한 내용을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고쳐 객관성을 높이자"(김영식 좋은교사운동 대표)고 밝혔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임진택)도 제시됐다.
━
"수상실적 빼 학종 개선" vs "아예 폐지"
교사의 노력, 학교 간 격차 해소를 강조한 이들도 많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의 학생부를 보면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비어있는 학생이 너무 많다. 교사가 상위권 학생 뿐 아니라 모든 학생의 학생부에 세심하게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열 교육학회장은 "학교에 따라 교육 기회의 차이가 심하면 학교생활을 평가하는 학종도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종의 개선엔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았다. 홍후조 교수는 "학종은 어떤 식으로 개선해도 '깜깜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학생부 교과전형(내신)으로 대체하되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보완하자"고 말했다. 이종배 대표도 "학종을 개선한다며 비교과 활동을 거의 다 빼면 이젠 학종이 아니라 불공정한 교과전형이 된다"며 "차라리 학종을 폐지하고 수능 중심으로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평가 과정과 결과를 학생·학부모가 납득할만한 정보 제공이 학종의 객관성을 높이는 데 핵심인데, 정성평가라는 학종의 특성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인성·박형수·전민희 기자
guchi@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