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실망했지만 한국당도 싫은 부동층 표심 잡을 정당 없어
準연동형비례제 선거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에 제3 신당 출현 가능성도
유승민, 9월말~10월초 제3세력화 결행 가능성 거론⋯안철수 동참 여부가 변수될 듯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는 무당층(無黨層)이 열명 중 네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이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해온 중도층이 이탈했지만, 자유한국당 지지로 온전히 돌아서지 않으면서 무당층이 증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한국당을 지지하기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겨냥해 중도 성향의 무당층을 흡수하기 위한 정치권의 제3신당 움직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제3신당 움직임의 핵심으로 독일에 머물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 세력을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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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업체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26명을 상대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현재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8.5%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SBS·칸타코리아는 지난 5월 9일과 8월 15일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5월엔 29.9%, 8월엔 34.8%였다. 무당층이 4개월만에 8.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SBS·칸타코리아 여론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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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B·칸타코리아 조사에서 이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소폭 낮아졌다. 지난 5월 32.2%였던 민주당 지지율은 9월엔 31.3%로 4개월간 0.9%포인트 하락했다. 일부 다른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 하락폭은 더 크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집권 3년차부터는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나타나며 소극적 지지층이 돌아서 부동층이 확대된다"며 "현 정권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으로 3년차 증후군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반사이익으로 한국당 지지율이 올라야 할 것 같지만 소폭 오름세에 그쳤다. 지난 5월 16.8%였던 한국당 지지율은 9월에 18.8%로 2%포인트 올랐다. 조 장관을 둘러싸고 한달 이상 각종 의혹이 쏟아진 것을 감안하면, 지지율 상승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그런데 이 기간 무당층이 29.9%에서 38.5%로 늘어난 반면 제3 중도 정당을 표방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4.3%(5월)→2.5%(8월)→4.3%(9월)로 큰 폭의 변화가 없다. 민주당과 한국당에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바른미래당이 거의 흡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바른미래당이 손학규 대표와 안철수·유승민계 간 반목을 거듭하며 내홍을 이어온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앞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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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거대 양당에 거부감을 지닌 무당층이 유권자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많아지면서 제3지대 중도 신당 출현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도개혁을 내걸었던 바른미래당이 창당 이후 지지율 10%를 넘긴 적이 없다는 점에서 지도체제를 바꾸거나, 아예 바른미래당을 대체할 새로운 제3 중도 신당이 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 창당의 공동 주주 격인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 세력 안에서는 새로운 중도 정당 가능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3 세력화에 적극적인 쪽은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출신들 사이에서 바른미래당의 재출발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제3 신당 추진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면서 "유 의원을 중심으로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바른정당계에서는 바른미래당의 혁신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손 대표는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계에서는 총선이 6개월 정도 남은 시점인 10월 초순까지는 진로를 결정하고 새로운 움직임에 나서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계의 한 관계자는 "유 의원도 손 대표가 물러나지 않을 경우 결단을 조만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바른정당계에서는 새로운 제3세력화 작업에 나설 경우 안철수 전 의원의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안 전 의원의 생각이다. 안 전 의원 주변에서는 그가 최근 중도·보수 통합보다는 독자 노선에 무게를 두고 정치권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독일을 찾아 안 전 의원을 만나고 온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안 전 의원의 보수 통합 동참 가능성에 대해 "호사가들이 하는 말"이라면서 "안 전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기득권 양당제 구도를 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 전 의원 역시 독자 노선으로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유 의원 측보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란 점이 변수다. 또 유 의원은 조국 법무장관 사태와 관련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제안한 '조국 파면 국민연대' 구상에 대해 "딱히 협력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동참 의사를 밝혔다. 유 의원은 보수 분열은 안 된다는 생각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당과의 관계 설정 문제에서 안 전 의원이 유 의원 구상에 공감해줄지도 미지수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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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안 전 의원을 직간접으로 설득하는 방안도 바른정당계 안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만약 안 전 의원이좀 더 관망하자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바른정당계가 일단 제3세력화를 먼저 결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유승민·안철수계 안에서 제3세력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은 선거법 개정 가능성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총 의석수를 배정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실제 도입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만약 연동형 선거제가 내년 총선에서 실제 도입된다면 제3지대 정당이 더 유리해진다는 점에서 중도·보수 통합 정당 결성보다는 중도 독자정당을 통해 총선에 임하는 게 더 승산이 높을 수 있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무당층이 40%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고전한 것은 중도 정당에 표를 찍어줄 유권자가 없는 게 아니라 표심(票心)을 담을 그릇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이 제대로 된 중도 정당 운동으로 중도 성향의 무당층을 흡수할 수 있다면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과거 선거 결과를 봐도 제3 중도 정당 추진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 정당득표율은 26.7%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33.5%)보다는 낮았지만 민주당(25.5%)보다는 높았다. 또 지난 대선 때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의 득표율 합(合)은 28%였다. 만약 안철수·유승민 중심의 제3 신당이 이 정도 득표율을 내년 총선에서 기록한다면 80석 안팎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당 쪽에서도 안·유 두 사람의 제3 신당 추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당은 그동안 보수 통합을 추진해 내년 총선에서 통합 야당으로 민주당과 일대일 구도로 맞붙어야 한다는 전략을 고민해왔다. 그러나 정당득표율로 총 의석수를 배정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통합 야당보다는 중도·보수 다당 선거연합을 통해 민주당과 정의당 등의 범여 좌파 연합에 맞서는 게 효과적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정 정당이 정당득표율 50% 이상을 얻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안철수·유승민 세력과 반(反)문재인 공동 전선을 만들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달성해 다수 연합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도 이런 점을 감안해 주변에 "연말까지 선거법 개정 여부를 지켜보면서 보수 통합 추진 문제를 판단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안철수·유승민 중심의 제3신당이 성사된다면 그 성패는 바른미래당의 난맥에서 보듯 합리적 정책 대안과 참신한 인물을 얼마나 내세울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조국 법무장관 등을 둘러싸고 여야의 강대강(强對强) 대치가 계속될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층이 각자 결집하는 정치 양극화 추세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안·유 두 사람이 자신들이 주도해 창당한 바른미래당을 깨고 나오는 결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점도 변수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유 의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당 세력에서 뛰쳐나온 사람이고 안 전 의원은 민주당과 함께 했다가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으로 세력화에 성공한 인물"이라며 "일부 호남계 의원들이 민주평화당에서 탈당한 대안정치 소속 호남계 의원들과 신당을 추진하고 나설 가능성도 변수"라고 했다.
안철수 전 의원이 2018년 7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고 있다. /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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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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