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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법원 "지자체와 위탁계약 맺은 상수도 계량기 검침원도 '근로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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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임종철


[the L]지자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상수도 계량기 검침 업무를 담당한 검침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포항시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03년 4월 포항시와 '상수도 계량기 검침 업무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검침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1, 2년 주기로 포항시와 계속해 계약을 갱신했고 2016년 1월에도 2017년 12월31일까지로 정한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해당 계약기간 중이었던 2017년 3월21일 포항시는 "A씨가매달 1회씩 해야 하는 계량기 검침을 하지 않고 검침 단말기에 임의의 검침량을 입력했다가 나중에서야 단말기의 검침량과 계량기에 표시된 사용량을 맞추기 위해 검침 단말기를 허위로 조작함으로써 상수도 요금을 잘못 부과하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씨는 위탁계약 해지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관할 지방노동위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중앙노동위에 재심신청을 다시 냈고, 중앙위는 "A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징계사유는 정당하지만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에 따라 해고처분은 부당하다"고 새로운 판단을 내놨다.

이에 포항시는 "중앙노동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포항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맺은 계약상에는 대부분 업무를 처리할 때 포항시에 알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포항시에 대한 A씨의 보고의무를 정했다"며 "또 계량기 검침 방식, 검침 빈도, 고지서 송달시기 등에 관해 업무메뉴얼에 가까운 수준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면서 명시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관계 공무원의 지시에 따르도록 규정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서상에는 이와 같은 내용을 준수하지 않으면 경고처분을 받게 되고, 경고처분이 2회 누적되는 위탁이 취소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며 해당 계약 시 이미 포항시가 A씨에 대한 업무처리방식의 업무지시 및 감독을 예정해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여러 자료를 살펴본 결과 실제 업무수행과정에서도 계약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는 위탁계약에서 정한 담당구역에서 검침 업무를 수행해야 했고 이는 A씨가 구속된 근무장소에서 일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포항시는 A씨 등 검침원들에게 '매월 정해진 검침일에 검침을 할 것'을 강조해 검침원들로서는 정해진 검침일에 맞춰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근무시간 또한 포항시에 구속돼있었다고 봤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고, 검침을 소홀히 하고 지시사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A씨 의사에 반해 이뤄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중앙노동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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