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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인터뷰]‘나쁜 녀석들’ 김상중 “‘그알’의 답답함, 시원하게 날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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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화 <나쁜 녀석들> 주연 배우 김상중 /김정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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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진행자로서 느꼈던 답답함을 날려주는 시원한 한 방이 있는 영화예요.”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이야기를 하자고 만난 자리, 배우 김상중(54)은 “‘그알’ 얘기를 안할 수가 없네”라며 멋쩍게 웃었다. 벌써 13년째 진행을 맡고 있는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얘기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알’에서 다룬 사건 중 정황상 200% 범인이 확실한 경우가 많았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이들을 처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를 깨부수고 나선 심판자들이 바로 ‘나쁜 녀석들’이다. 이들을 통해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중은 2014년 OCN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맡았던 ‘미친 개’ 형사 오구탁을 다시 연기했다.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이 발생한 뒤 사라진 최악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형량 28년의 수감자 박웅철(마동석), 사기꾼 곽노순(김아중), 폭력 전과의 전직 경찰 고유성(장기용)까지 ‘나쁜 녀석들’이 한 데 뭉쳐 특수범죄수사과를 결성, ‘더 나쁜 녀석들’을 잡는 이야기다. 드라마의 주요 설정과 캐릭터를 이어가지만 결은 좀 다르다. 원작이 어둡고 진중했다면, 영화는 액션을 강화하고 유머를 가미해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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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쁜 녀석들> 주연 배우 김상중 /김정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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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중은 “드라마가 오구탁의 ‘나쁜 녀석들’이었다면 영화는 박웅철, 다시 말해 마동석의 ‘나쁜 녀석들’”이라고 강조했다. “드라마를 찍을 때부터 마동석과 농담반 진담반으로 영화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다만 영화로 만든다면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원작의 어두움을 걷어내기 위해 유머 코드를 넣어 유쾌함을 살렸어요. 액션을 업그레이드 해 통쾌함을 더했죠. 자연히 유머와 액션의 중심에 있는 ‘박웅철’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었어요. 큰 흐름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마)동석이가 맡았다면 저는 숲을 만드는 좋은 나무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영화 속에서 그는 ‘미친 개’라 불리는 오구탁 그 자체가 돼 ‘나쁜 녀석들’의 중심을 잡아준다. 영화는 <우리 선희>(2013) 이후 6년 만이지만 7월부터 상연 중인 연극 <미저리>를 비롯해, 드라마 <뱅커>(2019), <역적>(2017) 등에서 꾸준히 존재감 강한 연기를 펼쳐온 그답다. 지난 30여년간 갈고 닦은 배우로서의 삶, 그가 꼽는 대표작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상중 하면 <그것이 알고싶다>죠. 초등학생도 저를 보면 ‘김상중이다’가 아니고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해요. 그만큼 제가 이 프로그램에 갖고 있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큽니다. 진행자로서 품위를 손상시킬 수 있는 캐릭터는 지양하려고 해요. 너무 막장으로 가는 인물이나 개연성 없는 악역은 피하다보니 자연스레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더 자주 연기를 하게 됐죠. 물론 배우로서 늘 고민하고 있는 숙제이긴 합니다. 가령 오구탁에게서 ‘그알’의 김상중이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하죠. 고민 끝에 오구탁만의 독특한 걸음걸이와 말투, 헤어스타일이 탄생하게 됐어요.”

무거운 목소리로 “그런데 말입니다”를 발음하는 ‘그알’ 속 모습과 달리 김상중은 스스로를 ‘대중문화 예술인’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유연함을 지녔다. 그는 대중과의 소통이 곧 지금의 자신을 만든 든든한 토양이 됐음을 강조했다. “예전엔 연예인이라는 호칭이 떨떠름했어요. 배우로 불리는 것이 더 격이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배우 역시 코미디언, 가수 등 다른 직업들과 함께 대중과 뜨겁게 소통하는 대중문화 예술인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평소에도 늘 소통을 중시합니다. 후배들과도 격 없게 지내려고 해요. ‘선생님’이란 호칭은 싫어해서 심지어 그룹 갓세븐 멤버들은 저를 형이라 불러요. 기분이 좋더라고요. (웃음) 이러한 소통 경험들이 모여 계속해서 연극, 영화, 드라마, 시사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힘이 돼요. 길거리에서 팬들을 만나면 망설임 없이 사진을 찍어드리고 사인도 해드려요. 그들이 있기에 제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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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쁜 녀석들> 주연 배우 김상중 /김정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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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중표 소통의 핵심에는 바로 ‘아재 개그’가 있다. 언론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나 이날 인터뷰에서나 그는 틈이 날 때마다 특유의 아재 개그를 던졌다. 그것도 ‘그알’ 진행자다운 신뢰감 어린 그윽한 목소리로. “제작 발표회나 기자간담회장 분위기가 경쾌하거나 즐겁지는 않잖아요. 분위기를 좀 풀어볼 까 해서 아재 개그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성공률이 높아요. 메이저리그 평균 타율이 3할이 채 안되는데, 저는 4할에서 5할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상처받는 일은 잘 없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개그를 연마해서 아재 개그 시리즈를 책으로 내거나 아카데미를 개설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성공률이 4할 이상이나 된다니, 예상 밖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야기 도중 수없이 터져나온 김상중의 아재 개그들이 돌림노래처럼 뇌리에 오래 남아 쉬이 잊히지 않았다. “전주 비빔밥보다 맛있는 게 무엇인지 아시나요? 이번주 비빔밥이죠. 그렇다면 무서운 비빔밥은요? 모르세요? 산채 비빔밥. 미국에 비가 온다는 걸 뭐라고 하죠? 유에스비….”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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