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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SH공사 등 강북으로 이전’ 박원순 균형발전 출발부터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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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동을 건 강남권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시가 청사진을 내놓자마자 내부 구성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강남북 균형발전 효과를 증명하기에 앞서 조직부터 추스려야 할 형편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인재개발원을 강북구 영어마을 수유캠프, 서울연구원은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중랑구 신내2지구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은 지난해 8월 박 시장이 강북구 삼양동 생활을 마치며 공언한 강남북 균형발전의 핵심 정책이다. 서울시는 “행정·공공기관이 강남권에 쏠려있는 것도 강북 발전을 더디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강북 우선투자’ 전략으로 뿌렸던 씨앗들이 하나둘 결실을 보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내부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으로 균형발전이 된다는 서울시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직원들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강행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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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독단적 결정, 균형발전 의문”

SH공사 노조는 서울시가 발표한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졸속으로 추진된 일방적인 사옥 이전”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애초 SH공사 이전 후보지로 창동역 인근, 은평 뉴타운, 양원 공공주택지구 등이 검토됐다. 그런데 중랑구청과, 중랑구가 지역구인 국회의원 요구로 신내2지구가 선정됐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신내2지구 부지는 학교 용지다. 그러나 수요가 없었다. 이에 SH공사가 용도 변경으로 매각을 시도했으나 중랑구가 이를 거부하다가 출구전략으로 SH공사 사옥 이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서울시가 직원들을 무시하고 중랑구 목소리만 경청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서울시가 강조하는 사옥 이전에 따른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진다. 현 개포동 사옥에 1년이 넘도록 공실이 방치된 상가가 있을 정도로 SH공사가 발생시키는 구매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개포동 사옥 부지가 재개발되면 되레 ‘강남 집중개발’의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우용 SH공사 노조 위원장은 “마치 군사독재 정권 시절처럼 상명하복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서울시의 결정은 수용할 수 없다”며 “향후 투쟁집회 등을 통해 서울시 정책의 부당함을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강북 발전’ 논리는 부당하며, 박 시장의 불통행정이 빚어낸 결과라는 비판은 인재개발원 쪽에서도 제기됐다.

서울시공무원노조(서공노)는 지난 3일 정책진단 자료를 내고 노조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공공기관의 70%가량이 강북권에 위치해 있는 상황에서 강남권 공공기관 3곳을 강북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강북이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뜬금없는 것”이라고 서공노는 비판했다. 또한 인재개발원이 교육기관이라는 특성상 주변 지역과 연계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서공노는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검토하면서 인재개발원 직원들의 생활권과 집단지성은 철저히 무시됐다”며 “시장 측근 몇몇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르라는 논리라면 이 또한 개발독재와 다름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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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신내2지구로 이전 예정인 서울주택도시공사 조감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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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이전하면 달라질 것”

이 같은 내부 반발에 서울시는 ‘불통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SH공사의 경우 노조와 함께 타당성용역 조사를 진행한 결과로 사실상 계속 소통해왔다”며 “접근성을 보면 창동이 낫겠지만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는 신내2지구 쪽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객들(입주민, 청약 신청자 등)을 고려하면 교통이 편한 곳이 좋겠으나, 사옥이 이전되면 해당 지역 교통도 개선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인재개발원에 대해선 구성원들이 ‘순환보직’인 데다, 이전이 완료되려면 4~5년이 걸리는 만큼 시간을 두고 소통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는 공공기관 이전이 다른 경제활동 부문에 비해 고용유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다고 확신한다. 강남북 균형발전의 필요성 및 효과와 관련한 내부 설득은 원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생활권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바뀌는 데 대한 직원들의 현실적인 우려와 반발을 잠재우는 게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계획을 구체화시킬 때 복지 등 직원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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