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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아프게 해도 꼬리 흔들고 반기는 녀석들인데···동물실험, 이젠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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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대학교 수의대의 불법 동물실험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복제 탐지견 비글 ‘메이’.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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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 ‘메이’. 갈색 큰 귀와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강아지다. 메이는 검역탐지 목적으로 복제돼 세상에 나왔다. 비글이라는 견종은 사역견(인간을 위해 일하는 개)으로 많이 쓰인다. 온순한 성격 때문이다. 인간이 아무리 자신에게 해롭게 굴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흔들고 반겨준다고 한다.

메이는 2013년부터 5년간 인천공항 검역센터에서 검역탐지견으로 일했다. 끊임없는 훈련과 업무, 그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다. 메이는 이 모든 것을 감내했다. 하지만 메이는 쉴틈도 없이 동물실험견이 됐다.

ㄱ대 수의대 측은 2018년 3월 동물실험용으로 메이와 다른 비글 두마리 ‘페브’ ‘천왕이’를 들여왔다. 지속된 실험 끝에 메이는 죽어버리고 만다. 이 사건이 바로 언론을 통해 알려진 ‘복제견 메이’ 사태다. 메이 사태 이후 해당 대학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고 정부는 새 대책을 내놨다. 메이의 사망이 알려진 지 4개월째다. 메이를 죽게 만들었던 동물실험. 이젠 줄어들 조짐이 있기는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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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수의대는 지난 3일 동물 희생을 최소화하고 반복적인 실습이 가능하도록 진료와 수술 등 수의학 교육실습에 실제 동물과 거의 유사한 동물모형(실습용 동물 마네킹)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국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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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의대에서 국내 최초로 실제 동물 대신 동물모형을 실습에 도입했다. 건국대 수의대는 지난 3일 동물 희생을 최소화하고 반복적인 실습이 가능하도록 진료와 수술 등 수의학 교육실습에 실제 동물과 거의 유사한 동물모형(실습용 동물 마네킹)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2학기부터 채혈과 심폐소생술, 청진, 각종 수술까지 가능한 동물 모형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도입한 모델은 개와 고양이의 해부학적 구조와 조직 질감, 혈액순환을 재현해 수술 실습이 가능하다. 미국의 인체·동물모형기기 제조사 신데버의 모델 등 7종이다. 봉합 수술부터 채혈·기도삽관·폐음 청진 등 다양한 실습을 반복해서 할 수 있다.

혈관과 신경, 근육, 장기구조가 실제 동물과 매우 유사하게 제작됐다. 동물 체내 관 삽입, 내시경 검사는 물론 장내 이물질 제거와 같은 복강 수술, 중성화 수술, 장기 적출수술 등 고난도 수술도 가능하다. 심장과 폐 등도 실제 동물 장기와 유사하게 제작돼 있다. 20여 개의 심장·흉부질환 등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실습 교육도 할 수 있다.

쿠션 대신 봉합을 연습할 수 있는 한 모형도 있다. 피부와 근막, 근육의 질감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심장압박과 인공호흡, 채혈 등을 실습할 수 있는 모형도 있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과대학장은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가능하면 동물 사체보다 모형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미국 수의대는 10여 년 전부터 동물모형을 통한 실습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왔지만 국내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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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수의대는 지난 3일 동물 희생을 최소화하고 반복적인 실습이 가능하도록 진료와 수술 등 수의학 교육실습에 실제 동물과 거의 유사한 동물모형(실습용 동물 마네킹)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국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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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동물실험을 줄이려는 행보를 보인다. ‘제2의 메이’를 막기 위한 국가 사역견 대상 동물실험 금지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같은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사역동물에 대한 처우 개선 △정부 차원의 실험동물 보호ㆍ복지 계획 수립 및 관리감독 강화 △동물실험시행기관 준수사항 신설 등을 담았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 24조에서 ‘장애인 보조견 등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규칙을 통해 질병의 진단ㆍ치료 또는 연구 등을 위해 동물실험윤리위의 심의를 거치면 동물실험이 가능한 예외 조항이 있다. 동물실험의 사각지대가 있는 셈이다.

개정안은 사역동물에 대한 동물실험을 전면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사역동물이 사역을 마치거나 사역에 활용되지 않을 경우 민간에 기증 또는 분양하고, 정부가 국가 소유 사역동물의 수와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조사ㆍ공개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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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행동 카라·동물자유연대·비글구조네트워크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앞에서 ‘비윤리적 사역견 동물실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학대 복제견 사업 철폐 및 이병천 교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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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동물실험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동물실험을 줄이려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10일 동물실험을 줄여 2035년부터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과학전문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EPA는 앤드루 휠러 청장이 화학물질의 안전도를 검사하기 위한 동물실험 요청과 예산지원을 2025년까지 30% 줄이고, 2035년부터는 사안별로 청장의 승인을 받아야만 동물실험 요청이나 예산지원을 할 수 있게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EPA는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한 실험이나 시험관 실험 등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존스홉킨스대학과 밴더빌트 의료센터 등 5개 기관에 425만달러(50억6000만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휠러 청장은 지난 6월 한 매체에 유출된 내부 메모에서 “동물실험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면서 과학적 진전으로 동물을 이용하지 않고도 화학물질의 안전도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적은 비용으로 검사할 수 있는 만큼 동물실험에 투입되는 EPA 재원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돌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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