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르포]알리바바, 마윈 떠났지만 이미 '포스트 마윈' 진행 착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방문…'흙수저 마윈 신화'의 상징물

"전자상거래 단어 사라질 것"…"온오프 통합 '신유통' 예고"

뉴스1

중국 저장성 항저우(杭州)시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 앞 전경.2019.09.11© 뉴스1이승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항저우=뉴스1) 이승환 기자 = '시가총액 4600억달러(약 549조원) 기업, '흙수저 출신' 창업자 마윈(馬雲), 중국의 자유시장 정책 상징'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본사 역시 수식어처럼 웅장하고 호화로운 모습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30분쯤(현지시간) 항저우 소재 알리바바 본사 시시캠퍼스(Xixi campus)에 도착한 순간 기자의 예상이 빗나갔음을 깨달았다.

캠퍼스는 연면적 29만㎡(8만7725평) 규모에 8개 건물로 이뤄졌다. 마치 미국 정보기술(IT) 성지 '실리콘 밸리' 같았다. 투명한 유리벽의 본사 건물은 중국 거대 자본의 적극적인 '개방성'을 상징하는 듯했다. 호화·화려보다는 세련·실용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렸다. 지난 2013년 8월 완공된 캠퍼스에는 온라인몰 알리바바닷컴·개방형 마켓 타오바오 등 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

◇평균연령 33세…"알리바바는 中기업 아닌 글로벌 기업"

실외 대형 TV화면에서는 창업주 마윈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전날 마윈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준 알리바바에 감사하다"며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그의 은퇴 소식 때문인지 이날 방문객이 유난히 몰린 것처럼 느껴졌다.

캠퍼스 건물 앞 아스팔트 위로 자전거 탄 젊은 직원이 오고 갔다. 시시캠퍼스 직원 수는 약 1만6000명이다. 알리바바는 이들 직원과 방문객을 위해 자전거 무료 대여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한국의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현지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도보' 이동을 엄두 내지 못한 기자도 자전거에 올라탔다.

시시캠퍼스 방문 인원은 많을 경우 하루 1만명 이상에 달한다. 비즈니스 만남·관광·취재가 주요 목적이다. "알라바바는 중국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라는 마윈의 소신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간이 시시캠퍼스다.

뉴스1

알리바바 사옥©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붉은색 망토를 두른 슈퍼맨 복장의 조형물도 눈에 들어왔다. 조형물의 가슴팍엔 'S' 대신 숫자 '5'가 새겨졌다. 알리바바 직원에게 '근속 5년'을 독려하는 의미였다. 알리바바는 근속기간 5년이 된 직원에게 금반지를 포상하고 있다. 알리바바 직원의 평균 연령은 33세에 불과하다. '젊은 직원이 오래 다니며 성장하는 기업'을 추구하는 셈이다.

알리바바 그룹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젊은 IT 감성·혁신을 창출하는 기업"이라며 "수많은 젊은 창업가와 비즈니스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시시 캠퍼스는 우리 회사의 지향점을 드러낸다"고 소개했다.

◇신유통 전략 본격화…"온·오프 매장에 물류서비스 통합"

본사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신선식품 매장 허마셴성(盒馬鮮生)에서도 '젊은 IT 감성'이 느껴졌다. 허마셴성은 마윈이 신유통 전략의 하나로 도입한 사업이다. 오프라인 매장 서비스와 온라인 서비스(전자상거래)가 결합한 사업 모델이다. 마윈이 '마윈 이후'를 고려해 추진한 사업이다.

허마셴성 천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가 작동 중이었다. 그 위로 랍스터·새우·야채 등 신선 식품이 놓여져 물류 센터로 이동하고 있었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직원이 해당 제품을 컨베이어벨트 위로 올린다.

온라인 주문·결제→오프라인 식품 포장·이동→물류 센터 배송 과정이다. 단순하지만 신속한 과정이다. 매장 인근 3km 이내에 위치한 고객에게 주문 상품은 30분 이내에 도착한다.

마윈은 지난 2016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전자상거래'(이커머스)라는 단어는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며 "온라인 전자상거래로만은 앞으로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온·오프라인 매장 서비스를 통합하고 여기에 물류 서비스를 결합한 사업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그는 "10년 후 필요한 사업이라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의 결연한 의지는 허마셴성으로 현실화하고 있었다

◇인공지능(AI)·로봇 서비스의 '첨병'…무인호텔 '플라이주'

알리바바의 신사업 손길은 호텔 서비스에도 닿았다. 허마셴성 인근 무인호텔 플라이주(FlyZoo·菲住布渴)는 인공지능(AI)·로봇 서비스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알리바바 직원이 시범 삼아 호텔 입구 정밀 스캐너에 사진이 새겨진 신분증을 등록했더니 자동화 서비스가 줄줄이 이어졌다.

뉴스1

무인호텔 플라이주 객실 문 앞. 스캐너가 고객의 얼굴을 인식한 즉시 초록볼이 들어오며 문이 열렸다.2019.09.12 © 뉴스1이승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엘리베이터 스캐너가 고객의 얼굴을 감지했다. 얼굴 인식이 끝나자 고객이 묵는 객실 층으로 이동했다. 객실 문 스캐너도 '얼굴'을 인식했다. 인식에 성공하자 초록 불이 들어오며 문이 열렸다. '얼굴 하나'만으로 고객 확인·엘리베이터 이동·객실 입장이 이뤄진 셈이다.

객실 안에서는 인공지능(AI) 음성 서비스가 대기 중이었다. 자신을 찾는 목소리를 감지한 AI 로봇이 '룸서비스'를 했다. 라디에이터(열교환기) 모양의 로봇이 음식·커피·수건 등을 문 앞까지 가져다줬다.

다만 정밀도는 '100%'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닌 듯했다. 몇 번의 인식 오류가 발생해 객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정밀함만 더욱 갖춘다면 버튼을 누르고 음식을 '대령'하는 인간의 역할은 축소될 게 분명했다. 알리바바는 '미래형 호텔로 불리는 플라이주를 조성하는 데 약 2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중국에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까?

신사업에 나선 알리바바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는 다름 아닌 중국 정부다. 스타벅스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하면 비자·마스터 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매장은 드물었다. 중국 거주자·장기 방문객이라면 알리바바의 간편 결제시스템 '알리페이'를 억지로라도 이용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과거 규제 영향이 남은 결과로 분석된다. 외국 기업의 진출 진입 장벽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달리 현지에선 '자국기업 밀어주기' 움직임이 여전하게 느껴졌다.

이를 두고 '산업화 시절 한국 정부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눈으로 직접 본 결과 한국의 '그때 그시절'을 훌쩍 뛰어넘었다. 알리바바의 성장세나 중국 정부의 시장경제 수준 모두 말이다. 알리바바가 몰고올 미래의 중국은 어떤 모습일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한국행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중국 대륙의 '현재' 모습에는 부와 빈곤이 뚜렷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뉴스1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mrlee@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