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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日빈틈 찌른 삼성·LG…갈라파고스 함정 빠진 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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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편집자주]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이후 '극일(克日)'은 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에 속도가 붙고 있는 한편 일찌감치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우리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압도적인 가전·IT 기술력을 앞세워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삼성·LG 사례를 통해 일본 공략의 해법을 모색해봤다.

[아베도 못막은 韓기술]③대형가전은 한국 완승-中추격에도 밀려…카메라·면도기 등 소형가전서 명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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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냐, 아니냐." 최근 TV를 살 때 따라붙는 화두다. 전세계 최대 가전 격전지인 미국과 유럽에서 그렇다. 미국 TV 시장은 거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독차지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올 상반기 조사한 미국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3%, LG전자가 17.7%다.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은 양사 합계 83.6%에 달한다.

시계를 15년 전으로 돌리면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소니냐, 소니가 아니냐"였다. 일본 소니는 197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전 세계 TV 시장을 휩쓸었다.

TV만이 아니었다. 요즘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한국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표할 정도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잘 나가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전시장에서 파나소닉, 샤프(2016년 대만 훙하이그룹에 인수) 같은 일본업체들의 입지는 공고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강자였던 도시바와 히타치까지 일본 자체가 전세계 전자업계에서 독보적인 시절이다. 2003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DM) 총괄로 최지성 당시 부사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3년 안에 소니를 따라잡겠다"고 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 비아냥이 나왔을 정도다.

한일 역전의 계기는 2006년 삼성전자가 보르도 TV로 소니를 따라잡은 때였다. 삼성전자는 이때부터 13년째 전세계 TV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국 가전의 디자인과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면서 한일 격차는 더 벌어진 상태다.

외산, 특히 한국 제품에 극도로 인색한 일본시장에서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거둔 성과는 한일 가전산업의 현위치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6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9.8%를 기록해 2위로 올라섰다. 소니(7.0%)는 그 뒤를 따랐다.

LG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로 일본시장을 뚫었다. LG전자의 일본 TV시장 매출 점유율은 지난해 3.3%, 올 상반기 3.8%다. 소니와 소니 TV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칠 정도인 일본시장에서 보기 힘든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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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제품 TV가 아니라 패널 시장으로 가면 성과가 더 두드러진다. 일본 TV 시장에서 OLED 패널 점유율은 매출 기준으로 올 상반기 16.8%에 달했다. TV용 OLED 패널은 전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가 독점 생산하는 부품이다. 올 들어 한일 소재·부품 갈등이 고조될 대로 고조된 상황에서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본래 OLED TV의 원조는 소니였다. 소니가 2007년 11인치 OLED TV(모델명 XEL-1)를 세계 최초로 내놨다. 하지만 패널 대형화와 생산단가를 극복하지 못해 사업을 접는 사이 국내 기업들이 추월에 성공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2류 취급을 받았던 한국 가전이 철옹성으로 불리던 일본시장을 뚫고 OLED 원조인 소니에 OLED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기술력의 쾌거"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 가까이 이어졌던 소니의 적자를 계기로 일본 가전의 몰락 원인은 그동안 다양하게 분석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09년 소니의 휴대폰 사업 부진을 진화론에 빗대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고 보도했다. 브랜드 파워에 고취돼 내수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세계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었다.

TV나 스마트폰 같은 주류 가전시장에서 밀려난 일본은 소형가전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이 여전히 TV를 생산하지만 이제 TV 제조사보다는 카메라, LED(발광다이오드) 마스크, 드라이어, 면도기 등 소형가전업체 이미지가 강하다. 파나소닉은 TV 판매량이 급감하자 2012년 일본 쓰나시마 TV 생산라인을 폐쇄했다.

전자왕국의 과거 영광을 뒤쫓는 신생업체들 역시 상대적으로 기술장벽이 낮은 소형가전에 몰리는 추세다. 최근 2~3년새 토스터기로 인지도를 넓힌 발뮤다는 한국과 대만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소형가전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한일 2차전이 임박했다"며 "양국의 역사에서 드러나듯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은 기술력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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