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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정시 확대 땐 ‘흙수저’보다 ‘은수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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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별 입시 인식 논문…학종 폐지·정시 확대 주장과 차이

자신의 계층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대학입시에서 정시를 선호하고, 하층에 속한다고 여길수록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더 공정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문제를 계기로 ‘금수저 전형’인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다. 학종과 정시를 둘러싼 논쟁은 극소수의 최상층과 나머지 상층의 계층갈등으로, 정시가 확대되면 ‘은수저’가 득을 보는 새로운 경쟁의 장이 열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15일 한국사회학회의 ‘한국사회학’ 최신호에 실린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 사회적 계층 수준에 따른 대학 입시제도 인식 분석’(한국교원대 문정주·최율)에 따르면 자신의 계층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정시 전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세 이상 남녀 201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 대상 중 입시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한 462명은 제외했다.

논문에 따르면 정시 전형에 대한 선호는 주관적 계층의식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정시를 선호하는 상층의 비율은 50%에 가까운 반면, 하층은 3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종과 정시 중 어떤 입시 전형이 공정한 평가에 더 적합한가에 대해서도 하층은 학종(22.8%)이라고 답한 비율이 정시(21.4%)보다 조금 높았지만, 상층은 정시(31.2%)라고 답한 비율이 학종(20.9%)을 크게 앞섰다. 교육 기회의 평등에 적합한 입시제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하층과 중층은 미세한 차이로 학종을 더 많이 꼽은 반면 상층은 정시가 더 적합하다고 꼽았다.

반면 중등교육 내실화에 적합한 입시제도를 묻는 질문에는 상·중·하층 모두 학종이라고 답한 비율이 정시라고 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논문의 저자들은 “사람들이 공교육 정상화라는 학종의 도입 취지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학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 정도를 상·중·하로 구분했을 때, 신뢰가 높을수록 학종에 대한 선호가 소폭 증가하고 정시에 대한 선호가 감소했다.

저자들은 상층의 정시 선호 현상에 대해 “학종이 소수의 최상위 계층에게 유리한 동시에 배려자 전형 등 사회적 하층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나머지 상층이 얼마 남지 않은 합격자 쿼터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입시경쟁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사회적 하층은 상층에 비해 입시제도 독해력이 낮아 입시제도를 둘러싼 담론 형성에 상대적으로 배제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학 입시전형을 둘러싼 계층 간 갈등은 상층과 나머지 계층 간의 갈등이라기보다 극소수의 최상층과 나머지 상층 간 갈등의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수저로 포장된 학종이 축소되면, 은수저들이 득을 보게 되는 새로운 경쟁의 장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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