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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37] 환갑 맞은 바비 인형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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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초마다 1개꼴로 팔린다는 바비 인형은 1959년 3월 뉴욕 국제장난감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미국 인형 회사 마텔(Mattel)의 공동 창업자인 루스와 엘리엇 핸들러 부부가 디자인한 바비의 체형은 아주 비현실적이었지만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 사람으로 환산하면 가슴 92㎝, 허리 46㎝, 히프 84㎝인데, 그런 몸매를 가질 확률은 약 '10만분의 1'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체형의 표준으로 간주됐고, 거식증이나 성형수술에 중독되는 소녀들 때문에 '바비 증후군'이란 용어가 생겨났다.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에도 한 해 5800만 개의 바비가 팔리는 것은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에 부응하여 전략적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까닭이다.

조선일보

마텔의 롤 모델 바비 인형(Role Model Barbie Dolls),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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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금발의 늘씬한 백인만을 모델로 삼던 데서 벗어나 다양한 인종과 국적, 체형은 물론 휠체어를 타거나 의족을 한 인형 등으로 다변화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너는 뭐든지 될 수 있어'라는 슬로건 아래 간호사·승무원에서부터 의사, 소방관, 파일럿, 엔지니어, 우주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 롤 모델 바비를 200여 종이나 선보였다. 올해도 브라질인 서퍼, 일본인 테니스 선수, 영국인 수퍼모델 등 18개국의 여성 전문가 20명을 본뜬 바비들을 출시했다.

마텔은 바비가 직업에 걸맞은 개성과 매력을 갖게 하려고 다이앤 폰퓌르스텐베르크, 베라 왕 등 저명한 패션디자이너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그런 변신이 IT 보급에 따른 인형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는 상술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소녀들의 꿈을 키워준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비의 환갑을 맞아 마텔은 소녀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활동들을 지원하려고 인형 1개가 팔릴 때마다 1달러를 기부하는 '드림 갭(Dream Gap)'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는 바비 인형에 영예의 공로상을 수여했다.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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