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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일어업협정 표류 탓 어장 막혀…5년 뒤면 수산업 다 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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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임준택 수협중앙회장

“동·서·남해 꽉 막힌 조업 환경, 치킨집처럼 과열 경쟁”

“유통비 50% 넘어 어렵게 잡아도 이익은 유통업자로”

“어업 살리려면 지원 늘리고 수산물 유통 구조 바꿔야”

이데일리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한일어업협정 표류에 우려를 표하며 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1957년 부산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2014년) △동아대 명예 경영학 박사(2015년) △제23회 바다의 날 동탑산업훈장(2018년) △전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대진수산 대표이사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회장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회 위원장 △수협재단 이사장 △대통령 직속 농어업 농어촌 특별위원회 위원 △부산광역시 서구장학회 상임이사 △수협중앙회장(2019년 3월~2023년 3월).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대담=이데일리 김정민 경제부장, 정리=최훈길 기자] “이대로 가면 한국 수산업은 5년 뒤에 다 망하고, 우리 먹거리를 수입 수산물에 의존해야 하는 때가 올 것입니다.”

임준택(사진·62) 수협중앙회장은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회장실에서 가진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수산업 현실에 대해 “사방이 꽉 막힌 곳에 갇혀 제살깎기식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치킨 시장과 똑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의 대형선망수협 출신인 임 회장은 지난 3월에 4년 임기 회장직에 취임했다. 수협중앙회장직은 올해 8조3914억원 규모 수협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 어민들 조업 환경이 한반도 아래·위로 꽉 막혀 근해를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아래쪽으로는 2016년 7월부터 일본 수역내 조업이 차단됐다. 한일어업협정이 4년째 타결을 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동해는 국제협약에 따라 조업쿼터 제한이 있어, 러시아 쪽에서 조업량 규제를 받는다. 그나마 남북 평화무드 조성으로 기대감이 컸던 서해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 조성 작업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이 결과 2016~2017년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t에 미달했다.

△어업 인구 11만명대로 급감 △60대 이상이 절반이 넘는 어업 고령화 △노르웨이 연어 등 수입산 수산물 확산 △700만명을 넘어선 낚시인 증가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일본산 수산물 △일본 방사능 오염수의 해상방류 등 어디부터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악재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멸치 어선을 비롯해 대부분 어민들이 적자를 보는데 정부는 ‘수산혁신 2030계획’상의 수산자원관리 명목 하에 규제를 강화했다”며 “지금 어업 상황을 보면 규제를 강화할 때가 아니라 어민 지원을 강화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회장은 “얽힌 문제를 푸는 첫 단추는 한일어업협정”이라며 “한일어업협정부터 타결해야 어장이 넓어져야 조업 환경이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간유통업자만 이익을 보는 불합리한 수산물 유통구조를 타파하는 게 임기 중 최대 목표”라며 “이를 통해 어민 소득을 늘리고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국산 수산물을 구매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일어업협정이 4년째 표류 중이다.

△어민들이 정말 어렵다. 배가 한반도 남쪽으로 가는 길목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일어업협정 결렬로 지난 3년간 어민들이 입은 피해 규모가 최소 1861억원에 달한다.

-왜 한일어업협정 타결이 안 되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은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것과 한일어업협정을 연계해서 보는 것 같다. 후쿠시마현 수산물 수입금지조치를 풀면 협정도 타결될 걸로 본다. 문제는 후쿠시마 수산물이 수입되면 우리 어민들이 더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시장에 풀리면 소비자들이 아예 수산물 자체를 외면할 거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의 해상 방류를 검토 중이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우리 해역까지 도달하는데 몇 시간이 안 걸린다. 그때는 소비자들이 아예 수산물을 사 먹지 않을 것이다. 수협중앙회 차원에서도 대비에 나섰다. 가리비 등 수입 수산물의 경우 수협 차원의 방사능 검사를 검토 중이다.

-동·서해안 수산업 상황은?

△러시아 등 동해안 쪽은 조업쿼터 문제가 있다. 고기가 있는데도 쿼터 규정에 걸려 못 잡는 상황이다. 국제협정을 통해 받은 조업쿼터 규모가 너무 작다. 서해안은 과거보다 남북 관계가 개선된 데 따른 기대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민들 조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업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

△어업 인구가 2005년 22만1000명에서 지난해 11만7000명(이하 통계청 집계)으로 줄었다. 60대 이상이 51.9%에 달하고 30대 이하가 27.3%에 불과하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5~6년 뒤에 어촌에 젊은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다. 어촌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선원을 고용해서 부족한 인력수요를 어찌어찌 감당하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선장이나 어업을 이끌어갈 한국 사람들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젊은 어업인들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

-배 타면 힘들 것이란 인식이 많다.

△수산업이 위험하고 돈벌이는 안 된다는 편견 때문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등어잡이를 주로 하는 대형선망의 경우 대기업과 같은 수준의 연봉이 보장된다. 선장은 1억원 이상, 선원은 4000만원 이상 받는다. 각종 기계로 그물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조업 환경도 안전해졌다. 수협 차원에서 ‘인명피해 제로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일평균 1만5000여척의 어선과 상시 교신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수협 차원에서 작년에만 331명을 구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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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지난 4월10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에서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사진 왼쪽) 등 수산 관련 단체장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문 장관은 “수산업이 사양산업이 될 수 없다”며 수산업계 지원 입장을 밝혔다.[해양수산부 제공]




-어민은 급감하는데 낚시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낚시인이 1000만명 돌파(2016년 기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집계 767만명)를 앞두고 있다. 이들이 연간 수십kg을 잡으면 어획량이 수십만t에 달하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낚시 어획량이 어민들의 한 해 잡는 어획량(2018년 연근해 어업생산량 101만t)과 비슷해진다. 수협조합에서 수산자원 보호 취지로 감성돔 등을 방생하고 있는데 이런 물고기가 낚시로 잡히고 있다. 낚시로 잡은 고기가 불법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낚시인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해수부가 이런 상황을 감안해 강력히 규제·단속을 했으면 한다.

-어민은 급감했는데 조업하는 선박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작은 어선의 경우 도지사에게 허가권이 있다. 큰 문제가 없으면 조업 허가를 내주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어장은 좁아졌는데도 어선 숫자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이 부분은 해수부, 지자체, 어민들 간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얽힌 수산업 문제들을 어디부터 풀어야 할까.

△표류 중인 한일어업협정부터 타결돼야 한다. 농사 짓는 땅이 넓어지면 다양한 곡식이 나오듯, 조업 해역이 넓어지면 다양한 어종이 잡힐 수 있다. 어선들도 좁은 곳에서 과열 경쟁을 안 하게 된다.

-조업 문제가 풀려도 유통 문제가 남아 있다

△중간 마진(소비자 가격-원가) 때문에 어민들이 제값을 못 받고 있다. 현재는 어민들이 산지 위판장에 고기를 팔면 6단계 이상의 복잡한 경로를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최종 판매가에서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51.8%(갈치·고등어·명태·오징어 대상 해수부 2017년 조사 결과)에 달한다. 비효율적인 유통 과정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는 산지거점유통센터(FPC), 소비지분산물류센터(FDC)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에 방문한 호주 태즈메이니아 양식장처럼 과대생산 없는 양식·유통 시스템 도입, 호주 투자를 고민 중이다. 항공기에 수산물 건강식 공급, 제주도 식당에 한국산 수산물 공급 등 국산 수산물 판로개척에도 나설 것이다.

-4년 임기 중 1순위 과제는?

△수산물 유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 최대 목표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34년간 수산회사를 일궈낸 경험을 토대로, 중간유통업자만 이익을 보는 구조를 타파할 것이다. 앞으로 수협은 단순 중개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새로운 수출·가공 유통 경로를 발굴할 것이다. ‘더(The) 강한 수협’, ‘더(More) 돈 되는 수산’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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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어업협정이 표류된 2016년부터 멸치 등의 어획량이 줄면서 어업생산량이 2014~2015년보다 5만~15만톤 가량 줄었다. 지난해 3년 만에 100만톤을 넘었지만 아직은 예년 조업량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한 상태다. 단위=만톤. [출처=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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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는 임준택 회장이 취임 공약으로 제시한 사항 등을 정리한 것이다. 대책은 임 회장의 이데일리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출처=수협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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