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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최훈길의뒷담화]靑 자화자찬에 가려진 3대 ‘고용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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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54만명 구직단념, 제조업 악화 탓

‘일 없이 쉰다’ 역대 최대 217만명, 30대 급증

종업원 있는 자영업자 급감, IMF 이후 최대폭

정부성과 홍보보다는 ‘정책 사각지대’ 살펴야

이데일리

※모든 정책에는 그들만의 사연이 있습니다. 세종관가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15일 브리핑에서 “8월 고용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되는 등 고용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밝혔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고용시장 호조세”라고 확신했습니다. 통계청 ‘8월 고용동향’의 취업자, 고용률, 실업률 지표가 좋아졌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지표를 한 꺼풀 뜯어보면 박수를 치기엔 아직 이릅니다. 청와대·정부의 보도자료에는 담기지 않은 ‘고용의 그늘’이 짙어졌기 때문입니다. 구직단념자, 쉬었음 인구, 자영업자 지표는 ‘고용참사’ 수준으로 악화했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악화한 구직단념자·쉬었음 인구·자영업 지표

15일 이데일리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코시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54만2000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구직단념자는 일거리가 없는 이유 등 노동 시장 문제로 최근 한 달 내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입니다. 구직단념자가 늘수록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구직단념자 규모는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금융위기 직후에도 구직단념자가 늘었습니다. 최근 상황이 우려되는 점은 ‘경제 허리’인 30~40대에서도 구직단념자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올해 30~50대 구직단념자가 늘었다”며 “제조업, 건설업 업황이 좋지 않자 일거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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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인근에 위치한 중앙타운 상가에 15일 오후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상당수 공무원들이 서울에서 출퇴근 하는 데다 임대료·인건비 상승, 경기 부진까지 겹쳐 세종시 곳곳 상가들이 폐업하고 있다. 청와대가 15일 “자영업 대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되는 현실이다.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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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음’ 인구도 늘고 있습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비경제활동인구입니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217만3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매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습니다. 작년 8월(182만4000명)보다 1년 새 34만9000명(19.1%)이나 급증했습니다.

연령별 증감률을 보면 30대 쉬었음 인구가 작년 8월 19만1000명에서 올해 8월 24만9000명으로 30.2%(5만8000명)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과거에 50대 이상 장년층의 쉬었음 증가율이 높았던 것과 다른 이례적인 결과입니다. 주무부처인 통계청, 기재부 관계자들조차 “왜 이렇게 30대 쉬었음 인구가 증가했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합니다.

자영업 지표도 좋지 않습니다. 지난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9만7000명 증가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1만6000명 감소했습니다. 1인 창업이나 영세 자영업자 증가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납니다.임대료 상승, 경기 부진 등의 요인으로 폐업했거나 종업원을 해고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감소합니다.

걱정되는 점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입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규모를 전년동월로 비교한 결과 작년 12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감소 규모(전년동월 대비)는 작년 12월 2만6000명에서 올해 6월(12만6000명), 7월(13만9000명), 8월(11만6000명)으로 3개월 연속으로 1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3개월 연속으로 10만명 넘게 감소한 것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1999년 1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고용 사각지대’ 제대로 진단해 정책 집행해야

하지만 지난 11일 기재부·고용노동부 보도자료, 15일 청와대 보도자료에 이 같은 ‘구직단념’, ‘쉬었음’, ‘자영업’ 통계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정부는 노인·공공부문 일자리 증가, 기저효과 여파가 있는데도 지표가 좋아진 부분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자영업 상황이 안 좋은데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공공부문을 통한 일자리 보완 대책에 진지한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통계는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정부는 국가통계를 종합적으로 보고 공표해야 합니다. 특히 빛과 그늘이 혼재하는 고용 동향 통계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입맛에 맞는 통계뿐 아니라 구직단념자, 쉬었음, 자영업 상황 등 부진한 통계도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합니다.

고용의 그늘을 봐야 정책 사각지대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진단과 사회적 논의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책의 온기가 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청와대·정부가 국민과 만나는 첫 지점인 보도자료부터 제대로 된 모습으로 변화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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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구직단념자가 54만2000명으로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매년 8월 비교. [출처=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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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쉬었음 인구가 217만3000명으로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매년 8월 비교. [출처=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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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규모가 전년동월 대비로 작년 12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해 6월부터는 3개월 연속으로 전년동월대비 감소 규모가 10만명이 넘어 1999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동월 대비. [출처=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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