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홍콩시위 100일…송환법 반대에서 정치적 독립운동으로 확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16일 홍콩 시위가 발생한지 100일째를 맞았다. 6월9일 홍콩시민 100만명이 모여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를 외치며 시작됐던 시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위의 발단이 됐던 송환법은 지난 4일 이미 공식 철회됐지만 주말시위는 오히려 확대되면서 홍콩의 민주화 등 정치적 독립 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홍콩에서는 반중(反中)과 친중(親中) 시위가 격렬히 맞서면서 미국ㆍ유럽 등 서방과 중국간 세 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6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전날 오후 수만 명이 모인 15주째 주말 시위가 열렸다. 홍콩 정부가 집회를 불허해 공식적인 시위는 취소됐지만 시민들은 홍콩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코즈웨이베이에 집결해 금융 중심가 센트럴까지 행진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이미 공식 철회된 송환법 외에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나머지 4가지 요구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 발생 후 100일 동안 시위대와 목소리와 중국 정부의 대응은 변화했다.


지난 4일 홍콩 정부가 송환법 반대를 공식 철회한뒤 시위대의 목표는 홍콩의 정치적 독립 요구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10월1일)을 2주 앞두고 오성홍기가 홍콩 시내 한복판에서 불태워졌고 시민들은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에 홍콩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시위에 참여한 많은 홍콩 시민들은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다시 손에 들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의 경제적 위상도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 초기때만 해도 시위대와 홍콩 경찰이 대치하며 충돌했지만 지금은 여기에 반정부, 친정부 세력의 물리적 충돌까지 더해져 혼란이 가중된 상태다. 특히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8월 홍콩국제공항 이용 여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4% 줄면서 2009년 이후 월간으로는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홍콩으로 들어오는 관광객 수도 40%나 급감했다. 홍콩 신용등급은 처음으로 하향 조정됐고 런던증권거래소는 홍콩의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홍콩증권거래소의 합병 제안을 거절했다.


시위가 중국 정부를 정조준하면서 중국 정부의 대응도 변화하고 있다. 시위 초기때만 해도 중국 본토에서는 시위 소식이 확산되는 것을 '쉬쉬' 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홍콩의 혼란한 상황을 관영언론이 적나라하게 보도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 밤 1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중국 중앙(CC)TV 메인뉴스 신원롄보에는 이례적으로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던 홍콩경찰 인터뷰가 실렸다. 폭력적인 시위대를 향한 비난과 이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홍콩과 중국 정부의 능력을 과시하는 내용의 인터뷰였다. 이 홍콩 경찰은 중국 정부의 건국 70주년 기념행사에도 초청된 상태다. 송환법 철회로 시위의 명분을 약화시킨 중국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폭력적 반정부 시위로 규정하며 언제든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위대에 대한 지지가 잇따르면서 홍콩 사태를 둘러싸고 중국과 서방사회의 갈등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홍콩 사태를 내정이라고 주장하며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고 있지만 미국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검토할 만큼 홍콩 사태는 국제적 인권 문제로 전환하고 있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