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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방관이냐 개입이냐…SK·LG 배터리 집안싸움에 난감한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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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16일 양측 CEO 회동 주선만 하고 불참

‘마음 급하지만…’ 간섭·편들기 논란될까 우려

“지켜보되 양측 대화 창구는 계속 열어놓을 것”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기차 배터리 기술·특허를 둘러싸고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집안싸움’에 정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로선 하루빨리 둘을 화해시키고 힘을 모아 국제 경쟁에 나서길 바라는 마음이 굴뚝 같지만 맞소송전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섣불리 끼어들었다가는 자칫 정부가 민간 기업에 간섭하고 누구 편을 들어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이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의 회동을 주선했으나 직접 참여하진 않았다. 정 차관은 물론 산업부 내 어떤 관계자도 배석하지 않고 양측 관계자만 만나 양측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자리는 주선했지만 실제 참석하진 않은 것이다. 빠른 문제 해결을 원하지만 깊이 개입할 순 없는 정부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산업부는 애초부터 실제 참석까진 고려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는 건 또 다른 오해를 사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둘을 만나게 했지만 우리는 나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처럼 당분간 두 기업이 대화할 수 있는 창구는 열어놓되 직접적인 개입은 자제한다는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소송 과정에서 전기차용 반도체 중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이 외국에 빠져나가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두 회사는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는 만큼 미 법원에 기술적인 내용을 포함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또 그러려면 산업부에 ‘기술 수출’을 신고해야 한다. 산업부는 이 과정에서 전문위원회를 열어 국가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없는지 확인해 허가를 내 주고 있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규제를 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국내 굴지 기업이 국내외에서 싸우는 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민간기업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그러나 양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중국, 유럽 배터리 업체가 우리나라 고급 인력을 유출하려 시도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우리 산업 전체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래차를 3대 핵심 신산업으로 지정해 놓고 전략적으로 키우려 하고 있다. 미래차에는 당연히 전기차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도 포함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갈등 상황이 길어지면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재에 나설 의지도 있다”며 “대화 채널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만큼 두 기업이 대화 여지를 보여준다면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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