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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날개단 K메디컬 (上)] "한국 명품병원과 똑같이 지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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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두고 있는 A그룹 회장은 최근 부인과 함께 대전 유성선병원에 이틀간 머물며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는 최고 호텔급 숙박과 서비스, 최첨단 의료기기는 물론 간호사 도우미 로봇, 보호자가 TV로 가족 수술 과정을 실시간 지켜보며 의사와 소통할 수 있는 수술참관실, 스마트 무인 수납 시스템과 자동 수납·처방전 발행 등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스마트병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선병원 경영진을 만난 A그룹 회장은 "유성선병원과 똑같이 중국에 명품 스마트병원을 지어달라"고 제안했다. A그룹 회장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만 5000여 명이 의료관광이나 병원 시찰을 위해 선병원을 찾았다.

최근 한국 의술과 병원 내 정보통신기술(ICT)을 벤치마킹하겠다는 해외 의료기관이 크게 늘고 있다. 정영진 경기도병원회 회장(강남병원장)은 "한국 정보기술(IT)과 의술이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신흥부국 중동을 비롯해 중앙·동남아시아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며 "IT와 의술을 융합한 디지털병원 수출은 진료수입뿐만 아니라 의료장비와 건설·컨설팅 사업 등이 동반 진출할 수 있어 성장 모멘텀이 크다"고 강조했다. 의료 시장 전문 리서치 기관인 프로스트&설리번은 "2025년까지 전 세계 병원의 약 10%가 스마트병원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스마트병원 시장 규모가 2018년 59억달러에서 2025년 110억달러로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병원은 운영 시스템·환자 중심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디지털화해 환자 편익과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 프로스트&설리번은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컴퓨팅, 원격 환자 모니터링이 한층 더 활성화하면 스마트병원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병원 수출은 주로 병원정보시스템(HIS) 구축, 위탁 운영·컨설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의료기관 개설은 병원장 리더십이 강한 전문병원이 앞장서고 있다.

주요 진료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의료진 간 협진을 가능케 하는 스마트 진료 정보 시스템인 진료 정보 융합시스템(베스트보드)을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의료클러스터(IMC)재단과 스콜코보 국제의료특구 내 스마트병원 건립 사업 진행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병원 시스템 구축을 위해 모스크바시는 보건국 소속 병원 최고경영자(CEO) 250여 명을 분당서울대병원에 보내 유급 연수교육까지 받게 했다. 이에 앞서 2016년 12월 분당서울대병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에 흩어진 6개 거점병원과 70여 개 1차 부속병원에 한국형 HIS 구축을 완료했다.

관절 전문 상원의료재단 힘찬병원은 10월에 우즈베키스탄 제2 도시 부하라에 '부하라병원'을 개원한다. 부하라는 수도 타슈켄트 남서쪽에 위치하며 인구가 240만명 규모인 대도시다. '부하라 힘찬병원'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한 용지에 건설한 정형외과·신경외과·내과·외과·소아과 등 5개 진료과와 약 100개 병상을 갖춘 준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다. 힘찬병원은 4월 러시아 사할린 지역에 '사할린 힘찬병원'도 개원했다.

B병원 관계자는 "한국은 무슨 업종이든 해외로 눈을 돌려야 성공한다. 의료 역시 예외가 아니다"며 "우리나라 병원 영업이익률(ROI)이 2%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 있는 의료기관이 해외에 진출해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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