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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왜냐면] 배당코인 규제의 시급함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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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동주
변호사·공학박사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의 난립에 따른 예상된 후유증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인트비트 거래소, 올스타빗 거래소, 뉴비트 거래소 운영자들이 이용자들에 대한 거액의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순차로 구속된 것을 비롯해 다수의 거래소 운영자들이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다.

전세계적인 가상통화 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가 300여곳에 이를 정도로 급증한 배경에는 속칭 ‘배당코인’과 ‘트레이드 마이닝’이라는 기형적인 시스템의 등장이 있다. 거래소 설립 단계에서 미리 배당코인을 판매하여 수십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 다음 그 돈으로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트레이드 마이닝 시스템으로 고객을 유인하여 거래소의 외형을 키우다가 운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용자의 예탁금을 가지고 소위 먹튀하는 것이 중소 거래소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사후에 이들을 검거하더라도 자산을 모두 가상통화 등으로 은닉한 뒤여서 이에 따른 피해는 오로지 이용자들의 몫으로 귀결되고 있다.

여기서 배당코인은 블록체인에 관한 별다른 기술적 가치 없이 거래소가 자체 발행해 상장한 가상통화로, 그 보유자에게 거래소의 수익금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트레이드 마이닝은 블록체인의 신뢰성 검증과는 무관하고 오로지 해당 거래소에서 가상통화 거래를 하여 수수료를 지급하면 거래소가 그 수수료의 일부를 배당코인으로 그 이용자에게 되돌려주는 체계를 말한다.

그런데 배당코인은 거래소 자신이 발행자이므로 사업계획을 마음대로 발표하거나, 거래소가 대량 보유하고 있어 유통물량의 조절이 용이하다는 등의 특징이 있다. 이를 이용해 거래소는 배당코인의 상장 초기에 인위적으로 가격을 급등시켜 이용자들로 하여금 배당코인 획득을 위한 트레이드 마이닝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인한 다음, 시가가 고점에 이르렀을 때 보유물량을 처분하여 막대한 차익을 얻고, 그 과정에서 유통물량 증가로 배당코인의 시가가 급락하면 그 이후 배당코인의 관리를 포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결국 트레이드 마이닝과 연계된 배당코인은 초기 투자자에 한해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후발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점이 구조적으로 예정되어 있는 거대한 폰지사기에 다름없을 뿐 아니라, 거래의 객관적인 중개자 역할에 머물러야 할 거래소가 배당코인 거래의 당사자가 됨으로써 고객의 이익보다 거래소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고, 트레이드 마이닝 참여를 유인하는 과정에서 오로지 거래소에 수수료를 납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상통화의 매수·매도를 반복하여 행하는 속칭 ‘자전거래’를 조장하여 거래량 및 시가를 왜곡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배당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가상통화라기보다는 단순 금융투자상품에 가깝고 이에 금융 선진국에서는 자본시장 관련 법률의 엄격한 적용을 받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가상통화에 대한 기존 규제의 적용을 회피하는 이유로 배당코인이 활개를 치면서 가상통화 업계를 혼탁하게 만들고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정부는 분권화 및 자율화를 추구하는 가상통화의 이질적인 특성 때문에 가상통화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규제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하소연만 할 것이 아니라, 배당코인 문제와 같이 규제의 필요성이 크고 기존 규제의 적용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배당코인이라는 불량식품을 사 먹은 사람보다 그러한 불량식품이 거리에 만연하도록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훨씬 크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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