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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보완 대책 미흡"…오색 케이블카에 환경부가 '부동의'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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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시설 설치 예정도. [사진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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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16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재검토돼야 한다"며 '부동의'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는 박근혜 정부 때이기는 하지만 지난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사업을 조건부 승인한 바 있어 4년 만에 상반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어떤 점 때문에 환경부 입장이 달라진 것일까.



2015년 7가지 조건 달고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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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위치. [자료 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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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8월 28일 국립공원위는 사업자인 강원도 양양군이 제출한 사업 원안 가운데 7가지 부분을 보완할 것을 전제로 사업안을 가결·승인했다.

당시 보완 사항으로 ▶정상부 탐방로 회피 대책 강화 방안 강구 ▶산양 추가 조사와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 수립 ▶시설 안전대책 보완(지주 사이의 거리, 풍속 영향 등) ▶사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객관적 위원회 구성) ▶양양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케이블카 공동 관리 ▶운영수익의 15% 또는 매출액의 5%를 '설악산 환경 보전기금'으로 조성 ▶상부 정류장 주변 식물보호 대책 추진 등이 제시됐다.

이런 조건으로 양양군은 2016년 5월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고, 원주지방환경청은 그해 11월 보완을 요구했다.

양양군은 2년 6개월이 걸려 보완작업을 진행했고, 지난 5월 보완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를 원주지방환경청과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위원들이 7차례 회의를 열면서 검토했고, 지난달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박연재 원주지방환경청장은 "2016년 11월 이후 추가 현장 조사 등을 통해 2015년 사업 승인 당시는 설악산의 환경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번에 양양군이 제출한 내용에 2015년 당시 제시했던 부대조건이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조사도 부실, 대책도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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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부동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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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경부는 '부동의' 결론을 내리게 된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⓵산양 서식·번식지 훼손 우려

사업예정지와 직·간접 영향권에서 산양·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3종이 서식, 생태적 보전 가치가 뛰어난 곳으로 확인됐다. 특히, 새끼를 포함해 산양 38마리가 발견됐는데, 지주 설치 예정지와 상부 정류장 예정지 인근에서도 산양이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부 정류장 예정지 일대는 설악산에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우수한 산양 서식지로 조사됐다.

⓶수목 조사와 훼손 대책 미흡

상부 정류장을 설치할 경우 식생 보전 I등급의 극상림·자연림, 분비나무·사스래나무 등 아고산대 수종, 국화방망이·백작약 등 희귀식물 등이 영구 훼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조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등 현황 조사가 미흡하고, 보존 가치가 높은 이노리나무 등 훼손 수목에 대한 보호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 더 많은 훼손을 가져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⓷과도한 지형 변화 우려

사업예정지는 백두대간 핵심구역으로 흙을 깎아내거나 쌓는 작업 등에서 지형변화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백두대간 가이드라인을 초과하는 과도한 지형변화가 예상된다. 이로 인해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설악산의 생태·경관적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 사업으로 인한 영향이나 훼손 정도를 축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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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백지화 촉구 전국 시민사회 선언'에서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가 케이블카 백지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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⓸동물에 악영향 주는 소음

야생동물은 10데시벨(㏈) 이하의 소음에도 번식·행동·생리 등의 영향을 받는데, 가축 피해 소음 기준인 60㏈로 소음·진동 영향 저감 대책을 수립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사와 운영 시 발생하는 68~80㏈은 저감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야생동물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복적인 헬기 소음에 의한 산양 등 야생동물 서식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⓹대청봉 정상부 연계 가능성

상부 정류장 산책로와 서북 능선 탐방로 사이 거리가 211m에 불과해 케이블카 이용객들이 서북 능선을 통해 대청봉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추가 환경 훼손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존 탐방로를 제한하거나 폐쇄하는 등 탐방로 회피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승인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

⓺안전성 우려

지주 간 거리는 500m 이하가 적정하지만, 계획상으로 4개 구간이 500m(최대 761m)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풍이 빈번한 설악산에서 이 같은 시설을 설치할 경우 안전성 문제가 우려된다. 초속 15m 이상의 돌풍 등 기상 악화로 삭도 운행이 중지될 경우 헬기를 이용한 탑승객 구조 계획을 제시했으나, 해당 기상 악조건에서는 헬기 운항도 불가능하다.



주민들 "적폐사업 규정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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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부동의 결정이 내려진 16일 김진하 양양군수가 수용거부와 대응 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양양군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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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 주민들은 "그동안 환경부 등 관계기관의 사업 계획 보완 요구를 꾸준히 이행했는데, 갑자기 케이블카 사업 재검토를 결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오색~대청봉 노선을, 오색~끝청 4.7㎞로, 다시 3.5㎞로 줄였고, 탐방객들이 상부 정류장에서 대청봉으로 가지 못하도록 차단한 만큼 생태계에 주는 영향도 덜하다는 입장이다.

정준화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은 "주민 숙원으로 추진해 왔던 사업을 보완 조치가 아니고, 부동의 결정을 내린 것은 양양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양양 지역에 있는 남설악 진입로를 폐쇄하고 자발적으로 해 온 산악구조 활동과 환경 정화 활동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철래 양양군 오색삭도추진단장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법원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적법하다고 인정한 사업"이라며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협의를 완료하고, 본안 심의 마지막 단계에서 부동의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이 사업을 적폐 사업으로 규정했는데, 이런 기류가 부동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잘못된 처분을 바로 잡겠다"고 했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은 2016년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초안 협의를 완료했고, 보완 통보를 받았는데 이를 가지고 동의하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요 직무유기로 부당하고 재량권을 넘은 불법적 행정처분"이라며 "양양군민은 굳은 의지와 역량을 결집해 적법절차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행정소송 등 모든 수단을 통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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