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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한국 영화하면 떠오르는 것?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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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100년의 그늘] [상] 그 나물에 그 밥

롯데시네마와 본지 설문조사서 국내 관객 4명 중 1명이 꼽아

"갈수록 강도가 거칠고 심해져"

"에이 ××, 지는 잘하는 게 뭐 있어서…." 지난 5월 개봉해 흥행한 영화 '걸캅스'에 등장했던 대사 중 하나다. 전형적인 남성 위주의 액션 영화를 비틀어 여성 주인공을 내세웠지만 몇 분에 한 번씩 거친 욕설이 등장한다는 점에선 기존 마초 영화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한국 관객들은 '한국 영화' 하면 조직 폭력배나 욕설을 떠올린다. 롯데시네마와 본지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관객의 25%(506명)는 '한국 영화 하면 떠오르는 장르'로 '조폭 영화'를 꼽았다. 드라마(24%), 사극(16%)이 그 뒤를 이었다. '롱 리브 더 킹: 목포의 영웅' '비스트' '악인전' '타짜: 원 아이드 잭' 같은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상당수가 이 '조폭 영화'에 해당하는데, 대사 대부분이 욕설로 이어진다는 특징을 보인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대사를 욕설로 버무려 손쉽게 전형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형사나 조폭이라면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섬세한 인물 묘사는 아닌 거죠."

욕설에도 역치(閾値)가 있다. 갈수록 더 세고 거칠고 심해진다. 2011년 한국언론학보에 게재된 논문 '욕설로 대화하는 한국 영화: 한국 청소년 관람가 영화에 나타난 폭력적 언어 분석'(저자 김정선·윤영민)에선 '199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청소년 관람가 영화에서 욕설·비속어의 강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졌으며, 특히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 그 강도가 현저히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욕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아내 충숙(장혜진)이 남편 기택(송강호)의 엉덩이를 발로 차면서 "××, 자는 척하지 말고. 어떻게 생각하셔? (중략) ××, 계획이 뭐야?"라고 묻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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