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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향긋한 '커피 물감'으로 그린 얼굴… 사람 사는 세상의 온기 스며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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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화가' 유사랑 화백

차분한 갈색톤의 그림에서 쌉싸름한 커피 내음이 나는 것 같다. 알고 보니 진짜 커피로 그린 그림이었다. 그림을 그린 시사만평가 유사랑〈사진〉 화백은 "커피 색감이 주는 편안함이 매력"이라고 했다. "분명 단색인데, 들여다보고 있으면 묘하게 차분해지죠."

그는 커피를 물감 삼아 그림을 그리는 '커피 화가'다. 최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렸던 전시에 '커피 인천 인물 그림' 130여 점을 선보였다. "내가 그린 인천 사람들의 얼굴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부터 30여년간 시사만평가로 활동했다. 커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7년 전쯤이다. "늘 붓을 들고 다니는데, 빳빳한 화장지에 마시던 커피를 찍어 재미로 손님 얼굴을 그려봤다"고 했다. "카페 사장님이 잘 그렸다고 박수를 치더라고요. 제 커피 그림이 카페 벽에 하나둘 걸리기 시작했죠."

조선일보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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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본격적으로 커피로 그림을 그렸다. 풍경, 동물 등 가리지 않고 그리지만 '사람 얼굴'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만평가 경력 덕에 생김새 특징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 붓을 들면 10분 안에 뚝딱 완성된다. "시사만평을 하면서도 사람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늘 따뜻하길 바랐어요. 그래선지 사람에게 애정이 갑니다."

2015년부터는 인천시가 만든 온라인 매체에 인터뷰 기사와 직접 그린 캐리커처를 연재하고 있다. "철공소 주인, 주모, 항해사…. 다 사연이 담겨 있지요."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포스터물감 통에 '커피 물감'을 만들어 담아 다닌다고 했다. 집에 커피 머신을 두고 갓 내린 향긋한 에스프레소 원액을 사나흘간 실온에 둔다.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수분을 날려 농축하면 통 하나에 50~60잔이 들어간다. "급할 땐 스틱커피에 물을 아주 적게 타서 그리기도 한다"고 했다.

"붓 한 자루면 어디에서나 그림을 그릴 수 있죠. 유럽을 돌며 내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꿈입니다. 커피만 살 수 있으면, 물감 걱정도 없으니까요."

[인천=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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