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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스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꼭 구독자들에게 수입을 공개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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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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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59] 95억원 상당의 서울 청담동 빌딩을 매입한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 운영사 '보람패밀리'부터 국민MC 유재석은 몰라도 스타 유튜버 '도티'는 안다는 7세 초등학생까지.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SMI)가 요즘 대세다.

오늘날 인플루언서는 전통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넘어 모바일 중심 미디어와 커머스가 융합된 플랫폼으로 그 자체가 '걸어다니는 기업'이 됐다.

지난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집계에 따르면 국내 광고·마케팅 시장에서 모바일 광고비는 2조5446억원으로 지상파 TV(1조6639억원)와 인터넷 광고(2조1340억원)를 추월했다.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에 따르면 오는 2020년이면 전 세계 인플루언서 관련 시장 규모만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시장도 인플루언서가 대세인 건 마찬가지다. 오늘날 미국인 5명 가운데 1명은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가 추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CivicScience'가 미국 소비자 18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소비자의 19%, 25세 이하 소비자 중 36%가 인플루언서가 추천한 제품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구독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인플루언서는 거꾸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기회를 엿보던 브랜드와 기업에 큰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곰팡이 호박즙 논란'의 주인공인 인플루언서 '임블리'(본명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다.

8년 연속 흑자를 올리던 온라인 쇼핑몰 운영사 부건에프엔씨는 자사 쇼핑몰 '탐나나'를 지난 5월 폐업 처리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다수의 폴로어를 확보하던 임블리는 지난 4월 호박즙 제품의 위생 문제가 불거진 이후 다른 사업인 화장품 브랜드나 여성복 사업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며 위기를 맞았다. 최근에는 스타 유튜버 '밴쯔'가 다이어트 보조제품 과장광고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후원 기업이 제공한 이미지나 정보를 게재하면서 대가성을 알리지 않은 인플루언서 사례를 적발에 나섰다.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TC)와 독일 연방미디어청(Die Medienanstalten)은 인플루언서가 후원 관계를 분명히 알려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과연 공정거래위원회가 스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후원·협찬 정보 공개에 관한 규제를 하는 게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에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스스로 '한 달 수익'을 공개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스스로 솔직하게 '한 달 수익'을 공개하면 진정성 있는 마케팅이 가능할 것인가.

최근 이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엘리스 오드리제(Alice Audrezet) ISG 파리 비즈니스 스쿨 교수와 벨기에의 카린 체리(Karine Charry) UCLouvain 스쿨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 기고문을 통해 '인플루언서 수입 공개'와 진정성 마케팅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7월 글로벌지식마케팅경영학회(Global Alliance of Marketing & Management Associations)에서 '블로그 상 후원 게시물 : 규제는 필요 없다. 좋은 의도가 공개보다 더 중요하다(PAID POSTS IN BLOGS: NO NEED FOR REGULATIONS. GOOD INTENTIONS ARE MORE IMPORTANT THAN DISCLOSURE)'란 제목으로 발표됐다.

오드리제 교수와 체리 교수는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139명의 인플루언서 샘플 간 실험 및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흥미로웠다. 결론부터 소개하자면 인플루언서가 스스로 '월 수익'을 공개하는 건 협찬 브랜드에 대한 구독자들의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협찬 브랜드의 구매 의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플루언서 스스로 협찬·광고 등으로 인한 수입을 공개하는 것이 구독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비록 기업체 협찬 제품일지라도 구독자들이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따라하려는 의도를 다시 살려내기 때문이다.

오드리제 교수와 체리 교수의 연구 기간 중 2018년 말 진행된 설문에서도 소비자의 88%는 '일반적인 인플루언서는 협찬·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를 추천하는 것'이란 점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이는 역설적으로 후원·협찬 내용을 공개하는지 안 하든지 소비자들은 단순하게 인플루언서가 특정 브랜드의 후원·협찬을 받았을 거라고 간주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인플루언서의 '한 달 수익' 셀프 공개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 스스로 수익을 공개하기로 한 인플루언서의 진정성과 투명성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부여한다.

인플루언서 진정성 마케팅의 핵심은 구독자로 하여금 진정성 맥락을 읽는 문해력을 높이고, 인플루언서는 스스로 수익을 공개하는 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오드리제 교수와 체리 교수는 "우리의 연구가 모든 국가가 미국과 독일과 같은 규제를 적용하기 힘든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인플루언서를 통제하려는 정책결정자들에게도 시사점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갑성 기자 ksah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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