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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인터뷰] 1000만원짜리 드론에 국제유가 출렁…"드론 요격 방안 서둘러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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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전문가’ 심현철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인터뷰
"전투기로 대응하기 힘든 값싼 ‘비대칭기술’...자율주행차도 테러무기 될 수 있어"
"극단주의자들이 인류 기술발전 악용하는 ‘테크니컬 디스토피아' 부각"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 두 곳이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된 후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드론 전문가들은 공격 배후라고 주장하고 있는 예멘 반군 ‘후티’가 이란의 드론 ‘아바빌(Ababil)’을 ‘콰세프(Qasef)’로 개조해 테러에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이나 군사시설을 공격했던 전례가 있다.

조선비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예맨 반군 ‘후티’의 드론 콰세프의 원형 아바빌. 날개 달린 비행기 모양을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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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빌은 총중량이 80㎏ 내외이고 40㎏ 정도를 탑재할 수 있다. 최대 370㎞/h 속도로, 700㎞까지 날아갈 수 있다. 대당 1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공격 특이점은 (후티 반군 기지로부터 피해 석유시설까지) 비행거리가 1000㎞ 이상이라는 것"이라며 "이란이 제공하는 아바빌 원형에서 탑재 중량을 줄이는 대신 연료를 더 주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어떻게 1000㎞를 아무런 제재 없이 날아가 공격할 수 있었을까. 심현철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드론을 개조하면 비행거리를 수백킬로 수준 늘리는 건 어렵지 않다"면서 "날개폭이 3m 남짓한 작은 무인기인데다가 피해를 입은 석유시설에 드론을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가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령 드론 레이더가 설치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응책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눈 뜨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라며 "지금 개발 중인 대응법들이 서둘러 상용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1990년대 초반부터 드론을 연구해 ‘드론 연구 1세대’로 꼽힌다. 강의 일정으로 대전에 있는 그와 16일 오후 늦게 전화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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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에 활용된 드론에 대해 설명해달라.

"최근에 중국 DJI의 상업용(촬영용) 드론이 인기가 많아져서 ‘드론’ 하면 프로펠러가 달린 작은 드론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초기 드론은 날개달린 소형 항공기 모양을 하고 있다. 폭탄을 실을 수 있게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이번 테러에 활용된 것도 이런 류의 드론이다. 새로운 형태는 아니다."

-상업용 드론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촬영용으로 개발된 드론에 폭탄을 싣기는 어렵다. 이를 전용해 작은 폭탄을 싣더라도 규모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비행시간도 군사용 드론이 상업용보다 훨씬 길다."

-발각되지 않고 1000㎞를 주행하는 게 가능한가.

"주행거리, 비행시간을 늘리도록 드론을 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게다가 후티 반군은 석유시설 공격에 드론 10대를 투입했다고 한다. 1대만 공격에 성공해도 성공률이 10%다. 게다가 날개폭이 3m 남짓할 정도로 작아서 눈에 잘 띠지 않는다. 또 주요시설에 드론 공격을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가 없었다."

-레이더를 달아서 해당 드론을 감지했더라도 늦은 것 아닌가.

"드론을 방어·공격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총을 쏜다거나 레이저로 지진다거나. 그러나 레이저는 설치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아니면 해당 드론이 주행에 활용하는 GPS(위성항법장치)를 인위적으로 꺼버리거나 교란시킬 수 있다. 하지만 GPS를 활용하는 민간 항공기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교란시키는 것은 국제법상 불법이다.

또 미군이 설령 드론 공격을 인지했더라도 F-16이나 F-35 같은 전투기로 드론을 날려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포로 파리를 잡는 격이다. 한마디로 눈 뜨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내에서도 북한이 주요 군사시설 등을 드론으로 촬영하는 것이 발각된 적이 있다. 공격용 드론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카이스트 등 기관에서 드론 공격 대응법에 대한 두어가지 개발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테면 소형 드론을 발사해 공격해 오는 드론을 요격하는 식이다. 서둘러 상용화가 돼야 할 것이다."

-자율주행차도 공격용 드론과 비슷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차에 폭탄을 실은 뒤 어느 지점에서 터질 것을 설정해놓으면 마찬가지 문제가 될 것이다. 이번 드론 공격을 보면서 이념적으로 치우친 사람들이 인류의 기술발전을 악용하는 ‘테크니컬 디스토피아(불행한 미래)’가 열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론은 테러리스트들이 쓸 수 있는 값싼 비대칭 기술이었다."

-비대칭 기술이라니.

"2015년 서울 에어쇼에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F-22가 처음으로 국내에 등장했다. 그런데 F-22가 비행쇼를 하다가 중간에 돌아가버렸다. 장내에서 한 관람객이 띄운 5만원짜리 드론 때문이었다. 드론을 착륙시켜달라는 안내방송이 두어번쯤 나왔다. 5만원짜리 드론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수조원대 F-22가 귀환한 것이다. 만약에 F-22가 저고도로 비행하다가 드론과 부딪쳤다고 가정해 보라. F-22는 물론 에어쇼를 보던 관람객, 설치된 구조물까지 수조원짜리 이벤트를 날릴 수 있는 대형사고가 됐을 것이다. 이게 바로 비대칭이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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