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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조국 사퇴”…야권 결집 효과 거둔 황교안 삭발, 이제 공은 나경원에게 [최형창의 창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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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로 존재감 과시한 황교안, 대여투쟁 승부수/가발논란까지 한 번에 벗겨 일거양득 효과 누려/홍준표 “적극 지지, 제1야당대표 결기 더 보여줘”/공은 나경원에게…원내 투쟁 어떻게 펼칠지 관심

세계일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청와대 앞에서 삭발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대여투쟁 선봉에 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말’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황 대표는 1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삭발식을 감행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강경 투쟁의 신호탄 성격이 짙습니다.

◆삭발이 남긴 것

이날 황 대표는 삭발 이후 “제1 야당의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 대통령과 이 정권의 항거하기 위해서 이자리에 섰다”며 “저의 투쟁을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더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마십시오. 그리고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내려와서 검찰에 수사를 받으라”고 호소했습니다.

황 대표의 삭발은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을 상대로 한 야권 지도자의 결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무소속 박지원 의원은 “머리는 자란다”고 비꼬았지만, 삭발은 전통적으로 저항, 반항의 상징입니다. 황 대표는 앞으로 전국을 돌며 “조국 장관 사퇴”를 외칠 예정입니다. 이럴 때에 삭발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서면 한 층 결연한 모습으로 비춰질 것입니다.




흔들리던 당내 리더십도 일시에 회복한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이날 삭발식은 기존 의원들과 달리 여의도가 아닌 청와대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한국당 의원 수십명은 여의도 혹은 각 지역구 일정을 뒤로하고 한달음에 삭발식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 이주영 국회부의장 등 당내 고위 관계자 및 중진 의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황 대표는 조 장관 임명을 규탄하는 1인 피켓 시위, 장외집회 등을 이끌었지만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인 시위 첫날에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삭발에 묻혔고, 장외집회는 추석연휴 끝무렵에 맞물린 탓에 뉴스 중심에 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찰나, 주초에 전격 삭발 단행은 황 대표의 작심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덕분인지 비판에 날을 세우던 홍준표 전 대표도 “황 대표의 삭발투쟁을 적극 지지합니다. 이번처럼 제1야당대표의 결기를 계속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여담이지만 그동안 황 대표를 둘러싼 ‘가발’ 논란은 이번 삭발식으로 종식됐습니다. 그동안 황 대표의 머리숱이 너무 많고 부자연스러워 가발을 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곳곳에서 표출됐습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그동안 가발을 썼다는 것은 사실무근으로 정확히는 모근을 새로 심어 머리가 자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은 효과였는지 이날 드러난 황 대표 머리는 모발로 빽빽했습니다.

세계일보

삭발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와 나란히 앉아 있다. 뉴시스


◆이제 시선은 나경원에게

이날 황 대표가 삭발하기 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삭발식 현장을 찾았습니다. 야당 대표의 투쟁 현장에 의례껏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황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은 삭발식 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황 대표 간 만남에 대해 “(강기정 수석이) 삭발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대통령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삭발을 만류하는 메시지였고, 황 대표께서는 ‘조국 사퇴시키시오’, ‘조국 파면시키시오’ 딱 두마디만 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여권에서는 황 대표 행보를 ‘쇼’로 규정하며 희화화하는데 앞장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황 대표가 예고한 삭발은 그저 정쟁을 위한, 혹은 존재감 확인을 위한 삭발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폄훼했습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이번 삭발투쟁은 조국 청문회를 맹탕 청문회로 이끈 정치적 무능력을 면피하기 위한 정치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조롱과 비판을 넘어서려면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대여투쟁을 둘러싼 당내 잡음은 삭발 한 방에 잠재운 듯 보입니다. 황 대표는 원내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장외 투쟁 방식으로 정부여당을 집중 공격할 태세입니다. 이제 공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던져졌습니다. 원내에서 정부여당을 상대로 야당이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홍 전 대표는 “원내전략도 적극적으로 주도하여 실효성 있는 원내 투쟁이 되도록 부탁드립니다. 야당을 깔보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꼭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뼈있는 당부를 보냈습니다.

나 원내대표 입장에선 그렇다고 이미 개원한 정기국회를 무작정 보이콧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야당의 무대인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갈 지 나 원내대표에게 관심이 쏠립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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