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조국 법무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16일 제1야당 대표로서는 초유의 삭발투쟁에 나서면서 진보진영에선 비난 섞인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삭발이 아닌 일을 해야한다”고 삭발투쟁을 비판했고 정의당은 “머털도사도 아니고 제1야당 대표가 머리털로 어떤 재주를 부리려는 건지 알 길이 없다”고 비꼬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황 대표의 삭발투쟁에 대해 걱정과 염려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연이은 삭발투쟁 비판나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제1야당 대표가 해야 할 것은 삭발이 아니라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투쟁의 이름을 붙인 삭발은 부조리에 맞서 분투하다 그 뜻을 못다 이룬 사람들이 끝내 선택하는 절박한 심정의 발로지만 황교안 대표가 예고한 삭발은 그저 정쟁을 위한, 혹은 존재감 확인을 위한 삭발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황 대표에게는 국회라는 공간에서 일하고 투쟁할 권한이 있으나, 한국당은 이미 합의된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첫 일정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장외투쟁과 단식, 삭발로 분열과 혼란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챙겨야 할 시점”이라며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쓴소리에는 눈과 귀를 닫고, 장외투쟁과 단식, 이제 삭발까지 이어지는 정쟁을 반길 국민은 없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도 이날 “황교안 대표는 머리털로 무슨 재주를 부리려는 건가”라며 황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이미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추석 전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던 만큼 너무 늦은 타이밍”이라고 평하며 “분위기에 떠밀려 억지로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더구나 자유한국당이 삭발 투쟁이랍시고 비장한 결기를 보여주는 현 상황에 실소를 금하기가 어렵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김 부대변인은 “황교안 대표는 담마진이라는 희귀한 병명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바 있다”며 “머리카락 말고 다른 걸 포기하기 어렵다면 오늘 이왕 머리깎은 김에 군 입대 선언이라도 해서 이미지 탈색을 시도해봄이 어떨까 싶다”고 비꼬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사진기자단

◆ 황 대표 삭발에 걱정·염려 전한 문 대통령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황 대표의 삭발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의 우려를 전했다. 고 대변인은 “(문재인)대통령께서 수석보좌관 회의가 끝나자마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불러 황교안 대표의 삭발과 관련해 염려와 걱정의 말씀을 전달했고 강 수석은 바로 비서실장인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 전화해 ‘국회로 직접 가서 만나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했으나 (황 대표로부터)만나지 않겠다는 답을 받았다”며 “또다시 (청와대)분수대로 직접 가 만나뵙겠다고 말씀드렸으나 역시 그쪽에서 정중히 거절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강기정 수석이 바로 분수대 앞으로 가서 황 대표를 만나 뵀고, 만나서 대통령의 염려와 걱정에 대한 말씀을 전달하고 삭발에 대해 재고를 요청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며 “여기에 대해 황 대표는 조국 장관을 파면해야한다는 말을 했고 강 수석은 ‘잘 전달하겠다’라고만 대답하고 헤어졌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 당권파vs비당권파…둘로 나뉜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은 황 대표가 제안한 ‘반(反) 조국 연대’를 두고 둘로 나뉘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조국 연대가 정치 운동으로 퇴색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황 대표의 제안에 대해 선을 그었으나 부산에선 바른미래당 부산시당과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이 함께 ‘반 조국 연대’를 공식화했다. 이날 연대 기자회견에는 자유한국당 유재중 의원과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조국 사태로 국가와 국민은 농락당했고 헌법과 법치의 가치는 유린당했지만 바른미래당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며 손 대표의 책임을 들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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