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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썸_레터]국내 들어온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대체 어떤 병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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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경기도 파주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확진했다고 밝혔죠.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질병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는 한번 감염되면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아 그 위험성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중국과 베트남, 북한을 넘어 이제 우리나라까지 덮친 ASF. 도대체 어떤 바이러스이길래 이처럼 긴장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프리카 토속 바이러스, 전 세계 강타하는 전염병 되기까지

ASF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의 타액과 분변, 혈액 등에 접촉할 때 감염됩니다. 잠복기(4~19일)를 거쳐 발병하면 10일 이내에 폐사하는 무서운 병이죠. 특히 ASF 바이러스는 말린 고기에서는 300일, 냉동 고기일 경우 무려 1,000일까지 생존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이런 고기가 포함된 음식물을 사료로 먹을 경우 감염될 확률이 높습니다. 남은 음식물을 먹는 돼지들이 특히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ASF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960년대부터 백신 개발이 시도됐지만 워낙 전염속도가 빠른데다 바이러스 변형도 빨라 번번이 실패한 탓입니다. 그래서 일단 발병하면 살처분 외에 병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에게는 병원성이 없어 생명에 위협을 주지는 않는다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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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ASF는 아프리카 토속돼지에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유행하던 바이러스였습니다. ASF는 1960년대 무역선박을 통해 유럽에 넘어와 중남미까지 전파됩니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병이 확인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에도 ASF가 더 이상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게 됐죠. 더구나 지난 5월 23일 중국 국경에 인접한 자강도 우시군 북상 협동농장에서 ASF가 신고된 데 이어 4개월 만에 우리나라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ASF는 거침없는 확산세를 보이는 중입니다. 중국에 이어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에서는 전체 돼지 사육두수의 5%에 해당하는 170만 마리를 살처분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OIE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달 20일까지 1만211건의 ASF 발병 사례가 발생했고 253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됐다고 집계했습니다.



■멧돼지 사살하고 잔반사료 금지하면 괜찮을까


정부는 ASF가 전국으로 퍼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확진 판정 즉시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또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발령했죠.

또한 야생 멧돼지에 의한 감염, 불법 축산물 단속 등 분야를 나눠 대응강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야생 멧돼지를 상대하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김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야생 멧돼지의 서식밀도는 2012년 1㎢당 3.8마리에서 2014년 4.3마리, 2017년 5.6마리로 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한돈협회 등 양돈농가에서는 유럽의 경우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야생 멧돼지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ASF가 대규모 창궐했던 유럽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야생 멧돼지 개체 수를 줄이면서 다른 국가로의 전파를 막습니다. 독일은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야생 멧돼지 개체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멧돼지를 잡아오는 사람에게 마리당 50유로(한화 약 6만6,000원)를 지급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아예 자국 야생 멧돼지가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길이 약 70㎞, 높이 1.5m에 달하는 펜스를 설치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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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전파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잔반사료도 문제입니다. 사람이 ASF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고 남긴 잔반을 다시 돼지가 먹을 경우 ASF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합니다. 남은 음식물로 인한 ASF 발생비율의 경우 중국 농업농촌부는 44%, 유럽식품안전청은 35%라고 발표할 정도로 높죠. 이 때문에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잔반급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잔반사료를 주는 양돈농가가 전체 6,300곳 중 257곳 있습니다. 국내 전체 돼지 사육 마릿수의 약 1% 수준인데, 음식폐기물의 약 11%를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죠. 지난달 환경부가 입법 예고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잔반을 사료로 주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처리업체가 끓인 잔반이라면 여전히 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전문업체가 처리했다고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떠오르는 ‘2010년 구제역의 악몽’

ASF 때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9년 전 천문학적인 살처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병한 구제역 사태가 그것이죠. 당시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안동에서 최초 발병이 발견된 후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348만 마리가 살처분 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축을 묻었던 지역 근방 식수가 오염되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하는 등 후유증이 컸죠.

ASF는 끔찍했던 ‘구제역 파동’의 악몽을 떠오르게 합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SF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경우의 손실 규모를 계산한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중국처럼 1년 사이에 국내 사육 돼지 절반 정도가 살처분 된다고 가정할 경우 500만 마리가 대상에 포함됩니다. 김 의원은 살처분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만 약 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였습니다.

2011년 구제역 파동, 2019년 ASF의 공포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질병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초기 대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가축 사육과 먹거리 유통 등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축 전염병의 공포는 언제고 또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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